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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하루 앞둔 5일 새누리당에는 전운(戰運)이 느껴질 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놓고 ‘친박계-충청권 연합군’과 ‘비박계-탈박계 연합군’이 정면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친박계 의원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6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면, 결과에 상관없이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충청권 의원들까지 가세해 유 원내대표가 거취를 밝히지 않으면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 발표를 할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이에 맞선 비박-탈박 연합 세력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유승민 일병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
실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비박계 의원들 역시 조용히 세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단체 행동을 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의원들을 물밑에서 설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단행동 불사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런 양측의 갈등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만일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마무리 된 뒤에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새누리당은 다시 급격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금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번 추경안은 20일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상임위와 예결위를 독려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추경 처리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가하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각종 특위 연장이나 신설, 공적연금 특위 구성 등 원내대표 직무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등 마치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유 원내대표가 6일에도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친박계는 의원총회 소집 요건(소속 의원의 10%)인 '16인 서명'을 완료한 상태다. 언제든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의원 총회를 열수 있는 것이다. 당초에는 의원 총회를 열더라도 유승민 사퇴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적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청 갈등양상이 심각해진 지금은 적어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거나 되레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경우 유승민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든지, 아니면 불신임을 받든지, 그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과 유 원내대표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의총이야 말로 ‘최악의 수’인 셈이다. 따라서 일단 의총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유 원내대표가 6일에 국회법 개정안처리 이후에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전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에게 퇴로를 열어 조차 열어두지 않으면서 압박하는 것은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만일 친박계의 요구대로 6일 국회법개정안 재의 부결 직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친박계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 비춰질 것 아니겠는가. 물론 반대로 지금처럼 입을 꾹 다물고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당은 혼란의 나락 속으로 빠져 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6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가 마무리 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원내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되, 사퇴 시기는 7일로 예정된 국회운영회의를 진행하고, 20일로 예정된 추경예산안까지 모두 마무리한 날로 분명하게 못을 박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출구를 찾게 될 것이고, 친박계 역시 불과 며칠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에 불과한 만큼 인색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공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로 넘어갔다.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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