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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분당론과 신당론이 요란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아마도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지역정당으로 ‘호남의 자민련’보다도 못할 것이란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 지금 각 언론의 지면을 장식하는 신당의 중심에는 호남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사는 지난 4.29 재보선 당시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다.
천 의원은 최근 “새로운 세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비전, 새로운 인물, 새로운 주도세력이 있어야 새로운 세력이든 당이든 만들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인물들을 찾는 데 여념이 없다”고 밝혔다. 창당 작업을 위해 인재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4월 선거 당시 천 의원을 도왔던 염동연·이철 전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최근 새정치민주엽합 탈당을 선언한 당원과 당직자 100여명 중 일부는 지난 4.29 재보선 당시 천 의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천정배 신당 추진 움직임과 그들의 탈당이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천정배 신당은 이르면 10월 재·보선에도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엔 ‘천정배 중심’의 신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 넘기 어렵다. 게다가 천 의원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도 아니다. 호남에서조차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천 의원이 ‘중간지대 신당’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당내 비노계인 박주선 의원도 호남발 신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박광태 전 광주시장 등과 회동을 갖고 호남신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들 역시 독자적으로는 전국정당을 만들 수 없다. 가까스로 호남신당을 만든다고 해도 그 파괴력이 미미해 천정배 신당보다도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이 이처럼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 등이 제기하는 호남발 신당론에 냉담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신당이라야 승산이 있는 것일까?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인 대립을 벗어나 상생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중간지대’의 신당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지역적으로는 영.호남을 초월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정치인들이 우리 주변에 없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같은 존재들, 아직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진흙 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들이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우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 그리고 새정치연합 후보로 역시 새누리당 아성인 부산에서 당당히 3선을 한 조경태 의원, 역시 적지에 뛰어든 새정치연합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영춘 전 의원, 그리고 안철수 신당을 추진하다가 민주당과 합류를 거부하고 야인으로 남은 김성식 전 의원과 이계안 전 의원, 그리고 새정치연합에 절망하고 있는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 무수히 많은 호남권 의원들, 여기에 김영환 의원 등 중도성향의 수도권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어떨까?
여기에 스스로를 ‘친노 폐족’이라며 반성한 안희정 충남 지사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독자적으로 호남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들 역시 굳이 배척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김한길-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가세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중도성향의 인재들이 ‘신당’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에 모일 수만 있다면, 전국 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그 중심에 누가 서야 하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합당’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고,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은 전국적 지명도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역부족이다.
김부겸 안희정은 차세대 주자인 것은 맞지만 역시 깃발로 내세우기는 시기상조다. 그렇다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전남 강진밖에 없다. 만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중도 신당’깃발을 치켜들고 앞서 거론한 인재들이 모여든다면, 성공 가능성은 100%다.
다만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 전 대표에게 진흙탕 싸움 같은 정계복귀를 요청하는 것이 너무나 미안할 따름이어서 머뭇거려 질뿐이다. 물론 아직은 그럴 시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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