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당원실종’이 혁신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7-13 14: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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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여야 각 정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구동성으로 ‘혁신’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혁신의 방향이 엉뚱하게도 ‘당원 실종’쪽으로 흐르고 있다.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을 보자. 김무성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만악의 근원인 공천 제도를 혁신해 민주정당을 만들겠다”며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실시를 제안했다.

    '오픈프라이머리'란 당 후보 경선에 당원 뿐 아니라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얼핏 보면 상당히 민주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탈락하고, 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선거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만 나열해 보자.

    한나라당의 제17대 대통령 후보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그런데 개표 집계결과 대의원과 당원 등이 참여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다. 다만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따라 한나라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8.5% 포인트(표로 환산시 29884표) 가량 앞서 승리했을 뿐이다.

    특히 야당의 경우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2년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투표 결과에서 민심과 당심이 분리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손학규 후보는 순회투표에서 1위를 달렸다. 순회투표는 현장에서 후보자들 연설을 듣고 대의원이 행사하는 투표 방법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모바일 투표’에서 1위에 올랐다. 모바일 투표는 아무나 신청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 결과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손학규가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문재인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이해찬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맞붙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 당시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앞선 김 의원이 역시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밀려 당 대표가 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처럼 당심과 따로 가는 선거결과를 초래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인 선거권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떤가. 한술 더 뜬다. 아예 당원이란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지금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이런 저런 안을 혁신안이라고 제시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는 없었다.

    주승용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헌이 바뀌는데 당원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한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혁신’은 당원들의 활발한 토론과정을 거치는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맞다. 당원들을 무시하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혁신은 위선이고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하향식 혁신안을 만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새정치엽합 당원과 대의원들은 당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별로 잘 하는 것도 없는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만일 당원의 권리를 이처럼 박탈하는 일이 지속된다면 정당 지지율을 회복하는 일은 요원해 질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전.현직 당료 100여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배경엔 이처럼 당원을 무시하는 새정치연합 태도가 한목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 모두 당의 주인은 현재 당을 이끌고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연히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한은 당원들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 결정권을 당 지도가 일방적으로 행사하거나 객(客)이나 다름없는 일반시민에게 권한을 넘겨준다면 그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누가 뭐래도 당의 주인은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하면서 당을 지켜온 당원들이다. 이건 상식이다. 이 상식을 깨뜨리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 포장하든 진실일 수 없다. 진정한 혁신은 당원을 실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원 살리기’, ‘당원 주권 회복’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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