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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2002년 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다. 그 이듬해인 2003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고집스럽게 신당창당 불가피론을 전개했다.
그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탈레반(원리주의자)’이다. 탈레반은 초강경 노선을 유지하던 이슬람의 과격한 급진단체로 천 의원을 탈레반이라 부르는 것은 초강경 개혁노선을 유지하는 데 따른 당내 비아냥거림이 섞여있다.
이후 그는 신기남 정동영 의원과 함께 정풍운동을 주도해 `천신정 탈레반'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만큼 천정배 의원은 과격했다. 그리고 급진적이다.
실제 그는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었다.
당시 그는 “한미 FTA 협상은 민의를 외면한 경제 쿠데타이자 제2의 을사늑약”이라면서 국회 본청 앞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별도의 천막 없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무려 25일간이나 그렇게 버텼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기 위해 완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실제로 그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하자 열린우리당 간사가 직무대행을 맡아서라도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반드시 상정하겠다는 강경입장을 표명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종북 세력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급진적인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진보정당’이 아니라 ‘중도신당’을 만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실제 ‘조선일보’가 최근 입수한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가칭) 정치 세력 교체 추진단'의 '신당 창당 계획(안)'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현역 의원을 최소 5명가량 영입해 창당 주비위를 결성한 뒤 내년 1월 창당을 완료하는 5단계 창당 로드맵을 수립했다.
사실 국민은 천 의원이 언제 어떤 식으로 창당을 하든지 별로 관심이 없다.
문제는 신당추진 세력이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親盧) 진영에 대해 "운동권 투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아병(小兒病) 세력" "좌(左)로만을 거듭 외치는 세력" "균형 감각을 상실한 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신당의 노선과 이념에 대해선 "중도 개혁 노선을 추구함으로써 이념적 중간 지대의 지지를 얻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건 ‘탈레반 천정배’와도 맞지 않는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혈안이 되었던 사람, 한미 FTA를 목숨 걸고 반대했던 사람이 되레 새정치연합을 ‘좌(左)’로 규정하고 자신을 ‘중도’라고 한다면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아마도 천 의원 등 신당 추진세력이 ‘중도’를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중도신당’을 갈망하는 민심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서울신문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3~14일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17.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7%p) 결과, 정당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무려 38.0%에 달했다.
이는 여당인 새누리당(34.4%)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23.2%) 지지층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선호하는 정당 형태에 대해 양당제(25.9%)보다는 다당제(51.8%)를 선택한 응답자가 2배나 많았다. 즉 보수와 진보가 아닌 제3의 중도정당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 때문에 천정배 의원 등이 신당의 방향을 ‘중도’로 제시했다면, 그것은 비록 민심을 잘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진실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탈레반’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니는 천 의원의 정치역정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그동안 보여 왔던 급진적 정치행보에 대해 반성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전국적인 중도개혁신당을 만든다면, 그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서야 한다. 합리적 보수 세력과 온건한 진보세력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자, 그리고 그동안 그런 정치적 행보를 보여 왔던 자가 ‘중도개혁신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과격하고 급진적인 모습이 탈레반과 닮은꼴인 천정배 의원은 중도신당 창당 주역으로 적임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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