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나 홀로 깃발’위험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7-26 11:42:18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올해 1월 <‘우상화정당’의 실패는 필연>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에선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이 여러 차례 창당됐지만,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실제 특정 개인의 유명세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그의 대권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모두 실패했다.

    먼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던 이른바 ‘안철수 신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안 의원은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의욕적으로 창당 작업에 뛰어들었다. ‘장자방’이라는 별명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김성식, 이계안 전 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라는 개인의 유명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신당은 제 1야당의 거대한 조직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안철수 신당은 세상에 빛을 보기도 전에 민주당에 흡수되는 것으로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다.

    1992년에 창당됐던 통일국민당(국민당)은 어떤가. 국민당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전 회장이 주도해 창당한 정당이다. 창당 직후 실시된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려 31명의 당선자를 내는 등 괄목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대선에서 16.3%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 김영삼·김대중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고, 결국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국민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잔류파마저 자민련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탈당하고 1997년에 창당한 국민신당은 운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15대 대선 당시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는 3위로 낙선했고, 소속 의원들 가운데 7명은 새정치국민회의(현 새정치연합)로, 나머지 1명인 김학원 의원은 자민련에 각각 입당함으로써 국민신당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지난 2002년 11월에 정몽준 전 의원이 창당하려던 ‘국민통합21’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 의원은 '한국의 4강 진출' 등 월드컵을 성공시킨 뒤 그 인기를 몰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추진했다가 노 후보에게 패했고, 결국 국민통합21은 '정당은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정당법 기준에 미달해 법 개정 이후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난 뒤 자동 해산되고 말았다.

    지난 2007년 10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대표가 주도해 만든 창조한국당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문국현은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득표율도 이회창(15.07%) 무소속 후보보다 훨씬 적은 5.8%를 얻는데 그쳤다. 이후 창조한국당은 19대 총선에서 0.4% 득표에 그쳐 원내진입에 실패했고, 정당법에 따라 해산됐다.

    이 같은 정당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직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우상화 정당, 오직 대권에만 목표를 둔 정당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오직 ‘대권’만 바라보며,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아니라, 중도성향의 인사들이 힘을 모은 ‘신당’이 나온다면, 새정치연합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20대 총선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공천을 받아야 하는 현역 의원들의 ‘눈치 보기’로 인해 당이 공중분해 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성적표가 저조할 경우엔 당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곧바로 이탈 세력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고, 특히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올 경우 탈당행렬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정당이 나와야 성공할 수 있는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학규’가 깃발을 드는 정당이라야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면 단숨에 전 국민의 관심을 사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 홀로 깃발’은 위험하다. 그것은 안철수의 ‘새정추나 정주영의 ’국민당‘, 혹은 이인제의 ’국민신당‘, 정몽준의 ‘국민통합21’, 문국현의 ‘창조한국당’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신당이 되려면 ‘손학규 당’이 아니라, ‘손학규 성향의 당’을 만들어야 한다.

    즉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김한길 김부겸 김영춘 노웅래 조경태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김성식 정태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중도성향 인사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기라성’같은 인사들을 한 울타리에 모을만한 리더십을 갖춘 인사가 있는지 의문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