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숨바꼭질’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08-02 10: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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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이는 경기도 포천 지방에서 전승된 동요로 아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다. 그런데 이게 노랫말의 전부다. 앞에 다른 내용은 물론 뒤 따르는 후렴구도 없다. 그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가사가 4/4박자의 단순한 리듬으로 반복될 뿐이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걸 그룹 ‘마마무’가 발표한 타이틀앨범 ‘행복 하지마’에 수록된 ‘mr애매모호’라는 제목의 노래에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가사가 되풀이 된다.

    만일 필자에게 이 노랫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을 꼽으라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를 꼽을 것이다.

    그는 7.30 재보궐 선거를 패배하자마자 다음날인 2014년 7월 31일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라며 "저녁이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노력하는 국민의 한 사람이 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는 전남 강진 백련사 산기슭의 토굴집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그곳에서의 그의 일과는 아주 단순하다. 매일 한두 시간 등산을 하는 것과 텃밭을 가꾸고 독서를 하는 게 전부다. 세상을 등진 삶의 재미에 푹 빠진 듯 방송도, 신문도 보지 않고 인터넷도 연결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이나 ‘성완종 리스트’사건 등에 대해서도 그는 딸이 이야기 해 줄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과 담을 쌓은 게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마치 숨바꼭질 하듯 그는 그렇게 1년간을 꼭꼭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많은 정치인들이 그를 찾고 있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그와의 면담이나 접촉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한때 문전성시를 이룬 적도 있었다.

    특히 지난 5월 리얼미터가 광주시민과 전.남북도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제치고 1위로 나온 후부터 그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면담을 요청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자신이 필요할 때만 문자 또는 간단한 전화로 안부 인사를 나눌 뿐이라고 한다. 그 모습이 행여 머리카락이 보일까봐 꼭꼭 숨어 있는 ‘술래’를 닮았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누군가 백련사로 내려간다고 해도 그를 직접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정계에 복귀하는 일은 정말 요원한 것인가.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내년 총선을 주도할 야당 정치인은 손학규 전 대표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필자 역시 공감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은 19%) 결과 새정치연합은 집권당 지지율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어섰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새누리당 40%, 새정치연합 22%, 정의당 5%, 없음/의견유보 33%로 나타났다.

    그나마 기대했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도 ‘의원정수 확대’등 계속해서 헛발질만 해대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안을 느낀 당원들의 탈당행렬이 잇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야권 지지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학규 전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고, 그를 찾는 발길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이 최근 회원들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손학규 전 고문이 나라와 사회에 크게 기여하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분과 굳게 손잡고 함께 일할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힌 것 역시 그런 현상을 반영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손 전 대표는 여전히 ‘술래’가 되어 꼭꼭 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자칫 잘못 나섰다가는 또 ‘구원투수’의 역할만 하다가 팽(烹)을 당할게 빤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구원투수의 역할은 할 만큼 해왔다.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전체 299석 가운데 잘해야 50~60석을 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심각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 때 그가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서 81석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지난 2011년 4.27분당 보궐선거 때도 그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성남 분당을에 ‘독배(毒杯)’인줄 알면서도 출마를 감행해 승리했고, 결국 침몰직전인 민주당을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구원투수를 다시 맡는 것이라면 아무 의미 없다. 이제 등판한다면 그것이 마지막 기회다. 따라서 마무리투수가 돼야 한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술래가 되어 꼭꼭 숨어 있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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