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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원외 중진과 현직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새누리당 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전 시장의 행보가 단연 압권이다.
12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전날 통화에서 "20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역은 이미 이른바 ‘종로의 아들’을 자처하며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는 박진 전 의원과 종로 당협위원장으로서 터를 닦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가 총선채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지역에 오 전 시장이 새누리당 공천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오 전 시장이 종로를 선택하는데 무슨 명분이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명분이 없다.
아마도 ‘종로’라는 지역이 ‘정치1번지’로 불렸던 과거보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총선에서 서울 지역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이 기존에 출마했던 강남구에 출마하는 것보다 모양새가 훨씬 좋을 것이란 판단 때문에 그 지역을 선택했을 것이다.
실제 그는 최근 경북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학생 강연 후, 내년 총선 출마지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누리당 입장에서 (당선이) 수월한 강남은 나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단지 그것이 명분이라면, 너무나 이기적이다.
사실 오 전 시장은 내년 총선에 서울 노원병으로 지역구를 옮겨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한다.
왜냐하면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만들어 준 사람이 바로 오 전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2011년 8월,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서울시장직을 도중하차했고, 그로인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 즉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각 구의 구청장 후보, 시의원 후보, 구의원 후보들까지 모두 추풍낙엽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시 서울시장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으며, 그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의원은 대권주자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사실 오 전 시장은 이에 대해 먼저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그들로부터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종로 출마’라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게 아니라 ‘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보다 당을 우선)’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즉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무난히 달 수 있는 지역을 찾아 철새처럼 기웃거리지 말고, 당을 위해 무게감 있는 상대와 맞대결을 펼치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야권의 유력주자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과 정면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다. 만일 그 지역에서 승리한다면, 시장 직을 무책임하게 내던진 것에 대해 사실상 ‘국민의 사면’이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런데 비겁하게도 오 전 시장은 안 의원과 정면대결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원병에 출마하라는 것은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라는 취지의 주문”이라면서 “적어도 국민은 아직 안 의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고, 그분이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행보가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것은 아니다”라고 노원병 출마가능성을 일축했다.
차라리 안철수 의원과 맞상대를 했다가 떨어지면, 대권의 꿈은 고사하고 금배지마저 날아가 버릴까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왜냐 하면 그의 발언의 뜻은 안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니 그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낙선돼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인봉 새누리당 종로당협위원장이 “자신이 떨어질까 봐 겁나서 못가는 상황을 ‘안철수 의원을 정치권에서 몰아내려는 주문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변명하고 있다”고 쏘아붙였겠는가.
오 전 시장의 이런 이기적인 모습은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이른바 ‘분당대첩’으로 민주당 압승을 이끌어냈던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된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혈혈단신으로 출사표를 던져서 한나라당 전 대표 강재섭이라는 거물과 맞붙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그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순신 장군이 12척을 가지고 왜군 133척과 싸워 승리한 ‘한산도대첩’에 비유해 ‘분당대첩’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오 전 시장도 안일하게 ‘종로 출마’라는 탐욕을 버리고, 손 전 대표처럼 ‘선당후사’정신으로 ‘노원대첩’의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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