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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결국 해냈다.
북한의 포격도발로 인한 대치상황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역사적인 타결을 이끌어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체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무엇이기에 그토록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이던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일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 간 지속가능한 평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이다. 비핵화를 포함해 북한이 올바른 변화의 길로 나와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협력의 단계를 높여 향후 경제공동체까지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fairs) 9, 10월호에 게재한 ‘새로운 한국: 서울과 평양 간 신뢰 구축하기’란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최초로 알려졌었다.
처음 그 글을 마주 대했을 당시의 벅찬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감동적이었다.
당시 기고문은 “지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당시 영부인이던 어머니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남하한 공작원에게 암살을 당하셨다. 개인적 아픔일 뿐 아니라 한국 모든 국민에게 비극이었다. 참기 힘든 아픔에도 나는 그날 이후 줄곧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희망하며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37년이 흐른 지금 한반도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된 긴장으로 인해 2010년 11월 참극이 일어났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남한 영토를 향해 포탄을 발포해 연평도에 주둔했던 수많은 군인과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먼저 남북 갈등에 따른 자신의 아픔과 국민의 비극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을 제안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그때에 언급한 ‘새로운 시작’이란 “한국이 안보문제에서 강력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남북 간 신뢰를 재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시 기고문에서 “한반도를 끊임없는 갈등의 공간에서 신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 규범에 근거,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군사도발을 감행한다면 한국은 북한이 도발의 대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반대로 북한이 남북한 및 국제사회와 맺은 지금까지의 약속들을 지키려는 진정한 협력의 자세를 보인다면 한국은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때의 기고문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이번에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가 협상 타결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25일 "북한이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이 원칙을 준수하면서 회담에 임했다"며 "이번 합의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대북 관계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이 없었다면,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할리 만부하다. 더구나 남북간 합의문에 북한을 명기해 '유감'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그동안 특정 사안에 대한 유감을 표명할 경우에도 주체를 밝히지 않거나 '남과 북은'의 표현으로 애매하게 넘어갔었다. 미국 정부와 한반도 전문가들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타결 결과에 대해 “한국이 이겼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박 대통령도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후속회담 등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돼 남북 간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고통부터 치유하고, 남과 북이 서로 교류하고 민간 활동이 활발해져서 서로 상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쪼록 북한이 이번 합의안을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조치를 취함으로 남북 상호간 믿음이 쌓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신뢰프로세스 하에 추진되고 있는 DMZ 평화공원조성이나 경원선 복원 등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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