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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터넷상에서 좋은 글을 발견했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불신은 하늘에 다다를 듯하다. 그러나 혼자 아등바등 하고 서로 밀치며 사는 세상은 강자들이 원하는 세상이다. 각자도생은 힘겹다. 힘들수록, 함께 사는 공동체의 기반을 키워야한다.”
누가 쓴 글인가?
알고 보니 김성식 전 의원의 글이었다.
문득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신당창당 작업을 추진할 당시 그와 함께 한 ‘숨은 진주’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필자와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다.
그가 2012년 1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할 당시 필자는 칼럼을 통해 “지금 한나라당은 바로 그대와 같은 진짜 쇄신파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한나라당이라는 특정정당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김 의원의 복당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그의 복당을 간곡하게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면 이른바 ‘MB 거수기' 노릇이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그는 결과적으로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그렇게 올곧은 사고를 지닌 그가 “함께 사는 공동체의 기반을 키워야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 기반을 키우는 방식으로 ‘중도정당’의 창당을 선택했다.
실제 김 전 의원은 “밀어붙이기에 적합한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정치구조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비정규직과 중도성향처럼 정치적으로 대변받지 못하는 지대가 커졌고, 상호 대립적인 사안에 대해 정치적 조율과 국민적 공감을 이루어나가는 능력은 매우 척박하다. 그래서 정치혁신의 초점은 수명 다한 양당 구도에 맞추어져야 한다”며 “정치인과 정당들이 보스, 지역, 이념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두렵게 알고 문제해결능력으로 경쟁하는 정치시스템과 리더십이 가꾸어질 때, 함께 사는 더 나은 공동체를 기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양당 구도의 기득권을 전제로 한 여야 정당의 혁신 논의는 무의미하다. 부패, 막말, 세비, 계파, 이런 게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핵심은 아니다”라며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도, ▲1당과 2당이 과잉 대표되는 소선거구제도 ▲사당화된 지구당 (당협) 체제 등을 타파해야할 핵심 기득권으로 꼽았다.
사실 필자도 지난 7월 <해법은 중대선거구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물론 ‘오픈프라이머리’나 ‘권역별비례대표제’도입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안고 있는 지역패권주의와 지역갈등을 일부 완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정말 지역구도 등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중대선거구제로의 개정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챙길 수 있는 당연한 기득권을 빼앗기게 될까봐 염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김성식 전 의원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양당으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의 정치세력화와 다원화된 사회에 걸맞는 다당제로의 전환, 다수 형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연합정치의 활성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가야할 길”이라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야 어느 정당도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뒷북치듯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미 존재감을 상실한 그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허공을 맴돌 뿐이다.
그러면 아주 방법은 없는 것인가. 이제 정치개혁에 대해 국민은 포기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김 전 의원의 말마따나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 창당이 작년 3월, 추진 세력들의 역량 부족과 안철수 의원의 급변침으로 무산돼버렸지만 불씨만 있다면 희망으로 살아날지도 모른다.
그 불씨를 김 전 의원은 ‘정치의병’이라고 지칭했다.
즉 ‘낡은 지역 구도에 쐐기 역할을 하고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아니 10석이라도 만들 수 있는 정치의병’이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정직하게 정책 어젠다를 제기하면 양당 기득권 체제를 무너뜨리고, 정치판이 새로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문득 그가 보고 싶다. 목소리라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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