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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비노계 수장 격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전 공동대표는 지난 1일 안철수 의원이 마련한 ‘공정성장론’중간 점검 토론회에 참석, “안타깝지만 제1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현실이 매우 엄중해 더 큰 변화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의원들이 몇 명만 모여도 이대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같은 당 박주선 의원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친노 패권주의가 청산되지 않는 한 동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가하면, "탈당을 한다면 추석 전까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인 탈당시기를 특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표는 천하태평이다.
문 대표가 지난 31일 당 소속 서울 기초의원 연수 간담회에서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며 "분당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분당론' 종식을 공식선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문 대표는 또 당내 일부에서 제기하는 '대표직 사퇴론'에 대해 “지도부 흔들기이고 내년 총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물론 일찌감치 신당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나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가칭 신민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제외하곤 신당파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은 사실이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처럼 국민적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간판급 정치인이 없는 상황이라면 설사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직 사퇴론을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한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사실 비노 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재인 퇴진론은 어떤 의미에선 위기돌파를 위한 애처로운 몸부림이나 마찬가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이거나 심지어 1/3 수준에 그칠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사흘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실시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1%로 새누리당 지지도 44%의 ‘반토막’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25일∼26일까지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9%p, 응답률은 6.99%)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 46.0%, 새정치연합 14.6%로 집계된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 총선출마자들이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심각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 호남 지역에서 야권인사들을 모두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실상 2위나 3위와의 격차는 무의미 한 것으로 ‘선두’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광주와 전남.북지역에서 여권 주자가 야권주자들과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민심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알앤써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62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9%p)를 실시한 결과, 김무성 대표가 15%,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 대표 14%, 박원순 서울시장이 12%, 문재인 대표가 8%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차라리 여권후보를 찍지 야권에서는 마땅히 찍어 줄만한 대권주자가 없다’는 것이 작금의 호남민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손학규 복귀론’으로 정국이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에게 ‘총선 완패’라는 위기감이 어느새 공포로 다가왔고, 그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서라도 자신들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구원투수’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남 강진 토굴 앞 평상에 앉아 ‘가우도’를 내려 보는 손 전 대표는 아무 말이 없다.
물론 언젠가는 그가 지금 내려다보는 그 섬이 평생 쟁기와 달구지를 끌었을 소의 멍에를 닮았다고 하여 ‘가우도’라고 불렸듯, 그 역시 정치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명에를 짊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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