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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가 7일 국민에게 공천권을 넘긴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뿌리 깊은 권리당원 죽이기’에 나섰다.
실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국민공천단을 도입하고 경선 결선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안에 따르면 경선 선거인단은 안심번호가 도입될 경우 국민공천단 100%로, 도입되지 않을 경우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구성된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선거인단 구성 비율은 '일반국민 60%, 권리당원 40%'로 규정돼 있다. 과거에는 국민과 당원의 비율이 5대 5였지만, 지난 4월 공천혁신추진단이 권리당원 비율을 10% 줄이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당원비율을 최소한 10% 더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경선단에 의한 공천은 과거 ‘뿌리 깊은 호남당원 죽이기’차원에서 친노(親盧. 친노무현) 세력이 꺼내든 카드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당연한 권리, 즉 당 대표나 공직선거 후보 선출권한을 제약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을 개혁이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코미디다.
사실 우리나라에 국민경선제를 최초로 도입한 세력은 친노 세력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까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러면 왜, 친노 세력은 당의 주인인 권리당원들이 선출하는 ‘당원경선’이 아니라 당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뽑는 ‘국민경선’을 선호하는 것일까?
아마도 뿌리 깊은 권리당원들 가운데 친노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권리당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통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이다. 광주, 전남, 전북의 권리당원 수가 전국의 권리당원 수보다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게다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권리당원들 가운데는 호남출신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그들은 ‘전통 야당 당원’이라는 긍지가 실로 대단하다. 꼬박고박 당비를 납부하고도 그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선거 때만 되면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거운동원이 되어 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 자신들이 선출한 후보에 대한 애착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들은 권리당원 대부분은 친노계를 지지하지 않는다. 호남민심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린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친노계 입장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을 것이고, 그들에게 부여된 공직후보자 선출권한을 박탈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바로 국민경선제도라는 것이다.
친노는 그동안 이 제도를 통해 패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2012년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투표 당시 손학규 후보는 대의원과 당원들이 실시하는 순회투표에서 1위를 달렸다. 순회투표에서 손학규 후보가 35.10%로 문재인 후보의 24.92%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모바일 투표’에서 1위에 올랐고, 결국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손학규 후보가 당심을 받지 못한 문재인 후보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어디 그 뿐인가. 이해찬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맞붙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 당시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앞섰으나 국민경선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친노계 이해찬 의원에게 밀려 당 대표가 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장담하거니와 새정치연합이 국민경선제를 실시할 경우, 당 대표 경선은 물론 차기 대통령후보 등 각종 공직자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결코 비노계가 친노계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려했던 친노 패권주의가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그나저나 상황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한 권리당원들은 아무 말이 없는 것일까?
이쯤 되면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당원혁명’이라도 일으켜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도 왜, 그들은 “공직후보 선출권을 돌려 달라”며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지 않는 것일까?
혹시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럴까봐 걱정이다. 그래도 제1야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집권당을 올바르게 견제할 수 있을 텐데,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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