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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발언은 앞과 뒤가 다를 때가 많다.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어떤 복선이 깔린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발언이 그런 것 같다. 실제 <시민일보> 모 정치부 기자는 “도무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자기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우선 말부터 질러 놓고 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금 과장된 지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다.
연일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그는 지난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비노 진영 수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 될 일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또 “많은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100석 이하로 예상한다”며 “문재인 대표는 이대로 가도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이긴다고 하는데 나는 이대로 가면 총선, 대선에서 진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앞서 전날에는 당 혁신위가 지금까지 발표한 혁신안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별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총선 전망이 밝아지거나 그런 게 전혀 아니다. 의미 없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는 혁신위가 제도혁신 이외에 추가적인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히자 "그만 정리하고 끝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일단 여기까지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새정치연합 혁신은 실패 했고,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탈당설’에 대해선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되레 그는 “내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야당이 공멸할 위기여서”라며 “나는 반드시 당을 바꿔야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어쩌면 그가 9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일지 모른다.
실제로 안철수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은 이날 전격회동을 갖고 지금의 새정치연합 혁신안으로는 국민이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된 것은 거기까지였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 중심’으로 판을 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천 의원은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친 것이다.
실제 안 전 대표는 천 의원에게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 천 의원의 역할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체적 혁신도 어렵고 혁신으로 살아나기도 어렵다고 봤다”며 “새로운 판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새정치연합은 ‘침몰하는 배’이고, ‘혁신은 실패’했으며,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100석 이하’를 예상할 만큼 위태롭다. 한마디로 새정치연합은 회생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될 생각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천 의원에게는 ‘(새정치연합에 들어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참으로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안 의원의 속내는 이런 것 아닐까?
“혁신에 실패한 새정치연합은 어차피 내년 4월 총선에서 100석도 건지지 못할 만큼 참패, 결국 ‘문재인 호’는 침몰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괜히 선거대책위원장 같은 것을 맡아 침몰해 가는 ‘문재인 호’의 선장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당을 떠날 필요까지는 없다. 당 밖이 얼마나 춥고 서러운 곳이지 이미 경험해 봤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총선 이후 위기감을 느낀 당내 의원들로부터 ‘구원투수’가 되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칠 텐데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리자. 새정치연합은 그때 접수해도 된다. 그러니 접수 후 경쟁하게 될 천정배 신당창당은 미리 막아두는 게 유리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필자의 상상이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발언을 종합 분석해보면 아무래도 그의 생각이 필자의 이런 상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손학규 변수’만 없다면, 안 전 대표의 의도대로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게 현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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