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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인해 ‘박근혜 대세론’이 잠시나마 흔들린 적이 있었다.
실제 2011년 9월 12일에 실시된 여의도리서치 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 46.1%, 안철수 후보 44.3%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8%포인트에 불과했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것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SBS가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박 후보가 45.9% 대 38.8%로 안 후보를 앞섰으나, MBC가 전국의 유권자 153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안 후보가 59.0%로 박 후보를(32.6%)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민심은 이처럼 두 후보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정치평론가들조차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기 어려웠을 정도였다.
대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어떤 힘이 있었기에 거대 정당의 지원을 받는 대세론 후보를 그토록 흔들어 댈 수 있었던 것일까?
당시 안철수 후보는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낀 중도 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그것이 그가 지닌 힘의 원천이자 ‘안철수 현상’의 뿌리인 것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대선불출마를 선언했고, 그로인해 정국을 강타하던 ‘안철수 현상’도 곧바로 소멸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불씨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서울 노원에서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그가 이른바 ‘안철수 신당’창당을 선언하자 그를 지지했던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다시 그에게 힘을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금배지를 단 안철수 의원이 신당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합당하자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지금 안 의원이 아무리 애를 써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중도 층들이 안 의원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너무 큰 탓이다.
그로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중도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소리가 안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요즘 신당파들이 너도나도 ‘중도신당’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역의원으로는 첫 탈당한 박주선 의원이 22일 “무당층 지지를 하나로 모아 중도 개혁 민생실용 정당 만들 것"이라며 중도신당 창당을 공식선언했다.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지난 20일 신당창당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좌우 양극단의 원리주의는 배격하고,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며 다양한 입장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중용'의 길을 가야 한다"며 '중용'을 신당의 노선으로 제시했다.
천 의원이 제시한 ‘중용’은 사실상 ‘중도’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중용’과 ‘중도’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보다 앞서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지난 15일 신당 '신민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중도혁신 실용성을 믿는 보통사람들, 각 분야 전문가로서 국가에 기여코자하는 보통사람들, 주인정신으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보통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생활밀착형 중도정당을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신당창당의 주체세력 모두가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아마도 안철수 의원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린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중도신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5일에서 17일까지 전국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 18%)를 실시한 결과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 층이 무려 3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1%, 새정치민주연합 21%, 정의당은 4%였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4%였다.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 층이 제1야당 지지층보다도 무려 13%p나 높은 수치다. 즉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기다리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박주선, 천정배, 박준영 등 신당파들이 ‘중도 깃발’을 들고 나설 적임자냐 하는 점에서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그들이 그동안 좌우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는 올바른 정치생활을 해 왔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중도’선언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중도 신당의 깃발을 들 인물은 아무래도 따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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