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 회동, 안심번호 활용 여론조사 경선 합의...거센 후폭풍

    정당/국회 / 이영란 기자 / 2015-09-30 12: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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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친박, “야당 방식 여당대표가 전격수용...문재인에 힘 실어준 졸작”
    野 비노, “투표원칙 어긋나는 사실상 ‘모바일 투표’...친노 위한 방식”

    ▲ 추석을 맞아 부산을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만나 정치관계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일보=이영란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일 부산에서 만나 내년 총선 공천에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를 도입하기로 전격 합의했으나 여야 공히 만만치 않은 당내 공세에 직면해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추인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김무성 대표로선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고 새정치연합에선 ‘변형된 모바일 투표’라는 비노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당내 분란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기에 신당추진세력들도 ‘양당 기득권 지키기’라며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與 친박 공세= 새누리당 관계자는 30일 “김 대표가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국민공천제 실시에 합의한 것은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 실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역선택 우려 등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찾아낸 일종의 고육지책일 것”이라며 “그런데 문제는 안심번호 도입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선점한 공천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안심번호는 새정치연합이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로 당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천방안을 여당 당 대표 혼자 전격적으로 수용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계 한 의원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있겠느냐"면서 "친박계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자체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이번 협의의 배후로 알려진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은 전날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인 2012년 12월에 발표한 정치쇄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 하는 것을 법제화 하겠다'고 말씀했다"면서 "국민공천제는 새누리당의 당론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친박계 인사들의 반발이 녹록치 않다.

    김무성 대표와도 가까운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한 것은 문 대표와 친노계에 힘을 실어주는 졸작 협상"이라며 "여당에 유리한 선거 프레임에 이번 협상 하나로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 역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지고의 선 같이 말하시던 분이 갑자기 야당의 혁신안을 수용해 왔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안심번호를 위한 국민공천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지금껏 논의해온 오픈프라이머리와는 변형된 다소 거리가 있는 공천제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것은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고, 정당의 존립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전화국에서 공천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원유철 원내대표 역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어제부로 끝났다. 이제 논의를 완전히 접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안심번호는 야당도 결정을 안 했다”며 “(김 대표가 도입을) 결정했다고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일 내용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 문제는 여야가 합의를 해서 하는 건 아니다. 각 당의 실정, 특성, 역사에 맞게 해야 한다. 인물을 갖고 승부를 거는 게 선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분명하게 하자고 했던 것이나 야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안 하기로 결론이 나버렸다. 여야가 합의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며 “새정치연합은 자기 당의 특성에 맞는 공천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우리 새누리당도 우리 당에 맞는 공천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립지대에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전화 여론조사라는 것은 편법"이라며 비판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전화 여론조사가 무슨 대단한 경선이나 선거의 방식이 될 수는 없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굉장히 의아스럽다. 안심번호가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생소한 것"이라며 "우리 당은 경선 제도를 보완해야 하는데 실무 작업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 이름도 국민이라고 갖다 붙였는데 이건 본질적으로 당내 경선 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안심번호라는 것도 숨겨진 위험성이 있다. 정보통신회사가 성인군자처럼 그 비밀을 한 치도 흘리지 않고 지켜준다면 모르겠지만 이게 잘못되면 큰 문제"라며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만의 경선제도에 관해서는 아직 초보적인 논의도 안 돼 있다"며 "그런데 뭘 자꾸 합의했다고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한편 친박계 중진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은 전날 김 대표가 문 대표와의 회동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주재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으며, 이정현 최고위원은 회의에는 참석했지만 불편한 모습이 역력했다.

    ◇野 비노 반발= ‘문무 합의’에 대한 불편한 기색은 새정치연합이라고 다르지 않다. 계파갈등 격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친노 측은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룰과 관련해 100% 국민선거인단을 구성한다는 혁신안 관철에 물꼬를 틀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야당 간사이자 주류 인사인 김태년 의원은 “원래 우리 당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확정한 상태”라며 “지금까지 김 대표가 말한 조직 동원형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여러 문제가 많았고,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공천제인데 그 물꼬를 틀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노 측에선 불만이 상당하다.

    비노계 모 의원은 “혁신위의 혁신안대로 안심번호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100% 국민선거인단 구성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게 돼 친노를 위한 경선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 투표는 총선 후보자 선출에서 친노 후보자가 유리하다는 게 이미 여러차례 당내 경선을 통해 입증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였다.

    ‘민주당 집권을위한 모임(민집모)’소속 최원식 의원 역시 “양당 대표 합의는 결국 모바일 선거를 한다는 것인데, 투표 원칙에도 위배되고 공백이 생겼을 때 검토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혁신안이라고 해서 당규로 밀어붙인 것인데 우리는(민집모) 반대한다”고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민집모는 지난 16일 계획했다가 중앙위와 겹쳐 연기했던 ‘혁신위 활동 평가 토론회’를 재추진하며 이 같은 쟁점을 다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 송호창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과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선거의 원칙,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보통선거, 직접, 비밀, 평등 선거라고 하는 원칙에 완전히 반대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번 우리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했던 것은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뿐만 아니라 권리당원 몇 %, 국민 몇 %로 하는 조사, 그리고 오픈프라이머리까지 다 가능한 것으로 (두고)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보자, 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문 대표가 중앙위 의결을 묵살하고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황주홍 의원도 같은 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우리는 20%의 전략공천권을 당 대표가 가지고 있고,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 무슨 위원회니 하며 20% 이상을 또 몇몇 사람들이 다 잘라내는 그런 것들도 하고 있다. 실제로 50%에 대해서만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사실 중앙당의 위원회, 지도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겠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50%가 오픈 프라이머리가 아니라 폐쇄형 중앙당 공천이 되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그런 게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고 그것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며 “양당 합의 속에는 언론과 일반에게는 숨겨져 있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문무회동’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가 미흡했던 것에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정당 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에 관해서는 뭔가의 방점 하나 정도는 찍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거론이 없이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일단 논의 시작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거론을 못 했다는 점이 큰 패착"이라며 "(권역별 비례에 대한 논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주 엄한 평가에 시달릴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가 전혀 거론 안 되고 도입이 불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논의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추석연휴에 양당대표가 민생 문제를 제쳐두고 자신들의 기득권과 관련된 선거 문제만 합의했다"며 "합의하는 내용상으로도 거대 정당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담합"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특히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그냥 추후 논의사항으로 미뤄두면서 결국 문재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에게 활로만 열어준 것이 아니냐"고 문재인 대표를 집중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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