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김영춘 김성식과의 통화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0-11 1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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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주말 모처럼 지인들을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 쪽으로 흘러갔다. 선거 이야기만 하면 필자의 가슴 한 구석에 아릿한 아픔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김부겸 김영춘 김성식 전 의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부겸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번이나 당선됐다.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경기도 전역을 휩쓸었을 때에도 그는 그곳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4.11 총선을 불과 3개월 가량 앞두고 그는 ‘군포 불출마’와 함께 ‘대구 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대구는 새누리당의 전통 텃밭인 영남권 가운데서도 가장 여권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여권 심장부’나 마찬가지다. 바로 그런 곳에서 야당 후보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더구나 그의 상대는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라고 불리는 이한구 의원으로 상당한 무게감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결과는 김 전 의원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그는 적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무려 40.3%의 득표를 했다.

    그가 경기도 군포에서 출마했더라면 결코 낙선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을 위해 기꺼이 ‘대구’를 선택했고, 그의 정치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재선의 김영춘 새정치민주연 부산시당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3년 7월 김부겸 전 의원을 비롯해 이부영, 이우재, 안영근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는 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지난 시기가 지역분할 리더십의 시대였다면, 미래는 국민통합 리더십의 시대이어야 한다”며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앞장섰던 분들, 산업사회를 이끌어온 양심적 주역 등,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모든 분들이 새로운 정당의 주체가 될 것이며, 지역주의 타파 국민통합 정책정당 건설에 온 몸을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집(갑)을 떠나 부산진(갑)으로 내려갔다.

    부산 역시 대구 못지않은 여당 텃밭으로 야당 후보에게는 쉽지 않은 지역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19대 총선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득표율은 35.8%로 40%대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역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에서 출마했더라면 당연히 당선됐을 것이다.

    김성식 전 의원은 이들과 다른 의미에서 아픈 가시다.

    그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신당창당 작업을 추진할 당시 그와 함께 한 ‘숨은 진주’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지난 2012년 1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당시 ‘날치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MB 거수기’노릇이나 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로 인해 그는 결과적으로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상당히 늦은 시감임에도 그들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김성식 전 의원과 가장 먼저 통화가 이뤄졌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하실 거냐. 문재인 대표가 영입 일순위로 꼽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기득권 세력인 거대 양당 후보로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맞지만 원외 10명의 목소리보다 원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더 울림이 크다. 일단 김 의원이 금배지를 달았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현재 나오는 신당은 ‘호남의 자민련’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
    곧이어 김영춘 전 의원과도 연결됐다.
    “김 의원만 생각하면 아프다. 개인적으로 새정치연합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번엔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
    “고맙다. 어렵지만 해내겠다. 다음에 꼭 여의도에서 만나자.”

    아쉽게도 그날 김부겸 전 의원과는 전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좌편향’으로 치닫는 새정치연합을 바로잡아 주고, 나아가 국민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제 3지대 신당’창당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한 지인은 거나하게 술에 취해 이런 말을 했다.

    “요즘 군인도 1식 3찬인데, 우리는 선거 때마다 달랑 2개의 반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거 강요죄에 해당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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