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선 의원과 김병욱 위원장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0-14 23: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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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김회선(서울 서초갑)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선언은 부정부패비리 의혹에 연루됐거나 불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인해 지역 여론이 악화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버텨 봤자 자신이 공천대상에 원천적으로 배제되거나 컷오프 탈락 대상이 될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회선 의원은 경우가 다르다.

    아직까지 비리의혹이 불거진 것도 없고, 의정활동도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역 여론 역시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불출마를 공개선언 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김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애국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 또한 또 다른 애국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즉 다른 능력 있는 정치인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사실 서초구는 새누리당 지지텃밭인 ‘강남 3구’가운데 하나로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나 마찬가지라고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별한 공천 결격사유를 발견할 수 없는 그가 출마를 고집하면, 공천을 안 할 수 없을 것이고, 무난히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희생을 통해 다른 정치인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어쩌면 초선 의원인 김 의원이 이런 결단이 여권 내에서는 물갈이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그의 결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젊은 혁신위원이 이해찬 의원의 불출마 촉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과 대비돼 더욱 빛이 난다.

    모쪼록 김 의원의 결단이 ‘영남·강남 물갈이’로 이어져 새누리당에 신선한 인물들이 속속 영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누리당에 김회선 의원이 있다면 새정치연합에는 김병욱 성남 분당을 지역위원장이 있다.

    성남 분당을 선거구는 대표적 새누리당 텃밭으로 1991년 이후 치러진 11번의 선거 중 무려 10번이나 여당 손을 들어준 곳이다.

    그 한 번의 야당 승리가 바로 ‘분당대첩’이다.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 당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야당의 사지(死地)’, ‘여당에겐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는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거물급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승리한 바 있다. 그의 기적적인 승리를 언론은 ‘분당대첩’이라고 불렀었다. 이후 당 지지율은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고, 당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기적적인 승리는 사실 김병욱 위원장의 ‘자기희생’이라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손 대표와 가까운 이찬열 의원은 "분당을 출마는 개인 욕심을 챙기는 것처럼 비춰 그동안 걸어온 정도에 어긋날 수 있다"며 출마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손 대표의 측근도 "열세 지역이라 하더라도 묵묵히 텃밭을 일궈온 정치 신인들이 있다"며 "인지도와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계속 양보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 지역에서 출마채비를 위해 열심히 지역구를 다져온 위원장이 있는데, 그를 제치고 출마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손 전 대표의 출마설도 점차 수면 하에 가라앉는 듯했다.

    그 때 꺼져가는 손학규 출마설에 다시 불을 지핀 게 김병욱 위원장이다.

    당시 그는 재보선 출마를 생각했으나 손 대표가 출마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판단해 지역구를 양보했고, 손 대표는 “김병욱 지구당위원장의 거국적 양보의 뜻을 바르게 헤아려 기필코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출마를 결단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 20대 총선 출마의지를 밝힌 김병욱 위원장은 손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받아 ‘제 2 분당대첩’을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어쨌거나 새누리당에서는 ‘제2, 제3의 김회선’이, 새정치연합에서는 ‘제2, 제3의 김병욱’이 나타나 식상한 정치권에 ‘인적쇄신’이라는 돌풍이 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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