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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오늘 각 신문은 온통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날은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 후 처음으로 손학규계 인사들이 대규모 회동을 갖는 날이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이낙연 전남지사 주도로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신학용·양승조·조정식·이찬열·최원식 의원과 김유정·전혜숙 전 의원,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 김병욱 성남분당을 지역위원장 등 20여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이낙연 지사는 이날 회동에 대해 "전남도지사 선거때 도움을 줬던 지인들과 갖는 첫 식사 자리"라며 "별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고, 손 전 대표도 오지 않는 자리다. 선거 때 도움 받았던 분들을 모시는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경기 수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회동이기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손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옛 수도 알마티의 키맵(Kimep)대학에서 ‘위기 하의 효율적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도 국내에서는 주요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그가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등 정계은퇴 선언 후 처음으로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함에 따라 정계복귀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그는 "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관계가 좋았고 통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기대는 실제 성과로 나타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대화와 교류의 대가로 어떤 물질적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소개한 뒤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이 북한은 물론 남한을 위해서도 좋은지는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북한정권을 인정하는데 있어 좀 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권붕괴 시나리오에 기반한 강압적 전략이 아니라 관계와 협력에 기반한 정책은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에 굳건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내년 4월 총선에 손 전 대표가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구체적인 지역구가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손 전 대표가 총선에서 순천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사람을 영웅시해서 대통령을 내세우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고,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보완할 인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비대위원이 언급한 순천은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지역구다.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적지인 호남에서 출마해 당선된 유일한 여당의원이다. 그에 대한 지역민의 호응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지역주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은 1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5.7%p)결과 이정현 최고위원을 재지지하겠다는 의향이 57.9%로 부정적인 의견을 크게 앞질렀다.
전남 동부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의정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국회의원은 이정현 의원 29%, 주승용 의원 27.1%였으며, 다음으로 우윤근, 김성곤, 김광진, 김승남 의원 순이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보다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 지도부가 손 전 대표를 순천에 출마시켜 이정현 최고위원과 맞붙도록 할 것이란 게 이준석 비대위원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손 전 대표가 또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계복귀 가능성도 미지수이지만 설사 선거에 나선다고해도 총선은 아니고, 대선일 것이다. 그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됐다.
손 전 대표 측이 강연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글을 내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원고를 받은 홈페이지 관리 직원이 실수로 강연문을 올린 것"이라며 "뒤늦게 안 손 전 대표가 내리라고 해 곧바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그가 총선을 정계복귀시점으로 생각했다면, 이미 올라간 강연 내용을 굳이 삭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이제 더 이상 친노의 구원투수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표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요즘 자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손 전 대표의 움직임이 정치재개를 위한 포석일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행보는 4.13 총선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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