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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4.13 총선을 불과 5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인 18일 '"안철수, 박원순 두 분과 당대표의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당 대표가 행할 수 있는 최대의 권한은 ‘공천권’이다. 따라서 문 대표의 ‘대표 권한 공유’제안은 사실상 ‘공천 지분 나눠먹기’인 셈이다.
실제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지금 여러분의 목소리가 역사입니다'는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총선이 다가왔고, 다음 총선을 치르고 나면 새로운 집행부 선출하도록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안철수-박원순과)함께 선거를 치를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정책공약을 준비하는 총선정책준비단이라든지, 인재영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 내에서 광범위한 정치적 합의를 통해서 그 체제를 받아들여줘야만 그것이 가능하다”며 “검토해서 받아들여달라는 제안을 우리 당에 드린다"고 덧붙였다.
제안은 상당히 정중하고 뭔가 비장한 것 같지만, 실상은 ‘공천 나눠먹기’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얼씨구나’하고 덥석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지분 나눠먹기’에 동참했다는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줄곧 ‘새정치’를 주창했던 안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실제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박원순 시장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체제' 제안에 대해 “지금은 시장으로서 (현행법상) 나설 수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당내 혁신 요구를 더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위원회가 많은 혁신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국민도 충분히 감동할 만큼 혁신이 잘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을 추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 역시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고 원론적인 말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안 의원은 앞서 문 대표 측의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너무 많은 혼수를 요구하지 말라"고 비판하자, "혁신의 진정성을 나눠 먹기라고 왜곡하는 의도가 뭐냐"고 발끈하는 등 ‘나눠먹기’에 공세에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문안박 체제'가 현실화되기까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당내 비노 진영이 조만간 문 대표의 사퇴를 공개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천정배 의원마저 지난 18일 창당추진위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 비노 진영을 끌어안으려면 ‘지분 나눠먹기’보다 더 좋은 제안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으로 현재 새정치연합이 당면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겠으나 불행하게도 ‘권한 공유’, 즉 ‘지분 나눠먹기’가 위기탈출 해법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먼저 대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한, 즉 공천권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는 방법은 그것이 무엇이든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고, 결국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병호 의원이 19일 한 방송에 출연, "문재인 대표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국민 홍보용 제안"이라며 "당의 위기에 대해 당 대표가 진솔하게 반성한 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고 앞으로는 당을 통합해 모든 분과 같이 지혜를 모으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기를 바랐는데 아직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질타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문 대표가 전날 당내 비주류의 비판에 대해 '자신의 공천권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해 놓고는 정작 자신이 ‘공천권 공유’라는 달콤한 사탕으로 안철수-박원순에게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꼼수’로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정말 국민의 지를 받고 싶다면, 잇따른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한발 물러서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당 안팎의 모든 유력인사들까지 한데 모아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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