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손학규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1-25 1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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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전남 강진의 흙집에서 은거 중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또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단지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매일 그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지난 22일 YS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챙겨 상경해 빈소를 찾았고, 23일과 24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빈소에 머물렀다. 아마도 그는 YS 영결식이 있는 26일까지 매일 빈소를 지킬 것이다.

    여당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상주’를 자임하고 있다면, 야당에서는 손 전 대표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93년 김 전 대통령 발탁으로 경기 광명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으며 YS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손 전 대표는 약 두 달 전에도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듣고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병문안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YS와는 각별한 사이다. 따라서 그가 매일 YS의 빈소를 지키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왜 각 언론은 그런 사소한일까지 관심을 갖는 것일까?

    최근 야권에서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끊임없는 내홍 속에 정당 지지율마저 계속 떨어지는 등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총선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심지어 73석을 얻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돼 한 때 당 전체가 술렁이기도 했었다.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이상돈 교수의 경우도 80석 정도를 예측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손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해 ‘구원투수’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이날 "대표님, 총선 후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던데요"라고 말했으나 손 전 대표는 "에이, 그런 일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건국대 석좌교수)도 "왜 거기(강진) 가 있어요. 나오셔야지"라고 정계복귀를 권유했으나, 손 전 대표는 “그냥”이라며 미소를 짓기만 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그가 정계에 복귀해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시민사회 원로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24일 빈소에서 "썩은 나무도 발로 차야만 무너지는 법"이라며 "시골 가서 있을 생각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에 아무런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어느 기자가 답답해서 "이 일이 정계복귀의 계기가 되는 것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이 정도로 하자"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YS의 빈소를 지키는 모습이 정계복귀를 위한 수순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그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는 작년 7월 31일,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후 그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갔고, 장장 1년 이상을 그곳 백련사 인근 토담집에서 칩거 중이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정치와는 철저하게 담을 쌓았다.

    통상 이정도면 국민의 뇌리에서 잊히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그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국민의 관심을 받는 정치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옛 수도 알마티의 키맵(Kimep)대학에서 ‘위기 하의 효율적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도 국내에서는 주요관심사가 됐었다.

    어디 그 뿐인가.

    최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이낙연 전남지사 주도의 만찬이 열렸고, 당시 신학용·양승조·조정식·이찬열·최원식 의원과 김유정·전혜숙 전 의원 등 ‘친손계’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각 언론이 대서특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손학규 전 대표가 각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손학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점을 언론이 보도형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설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은 물론 문 대표가 제안한 이른바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공동지도부’구성 제안 역시 희망적이지 않다는 뜻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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