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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최근 제안한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제의를 안 철수 의원이 29일 공식 거부했다.
앞서 문 대표는 지난 18일 안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대표권한 공유’를 제안한 바 있다.
한마디로 20대 총선에서 대표의 고유권한인 공천권을 균등하게 나눠 갖자는 뜻이다. 차기대권을 노리는 정치인, 당내 우호 세력 확보가 절실한 정인에게 이처럼 솔깃한 제안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은데, 안 의원이 이를 정면거부 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재빨리 제안을 수용한 것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실제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루어질 지도 미지수다. 등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당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진실로 모두가 화합하는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은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근본적인 변화’로 문 대표와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했다.
그는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며 “혁신전당대회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국민과 당원의 뜻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모두가 혁신과 통합의 길에 함께 선다면 우리 당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에는 호남ㆍ비주류 18명이 "호남 민심 복원 우선"이라며 문안박연대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반대성명에는 ▲강동원 ▲권은희 ▲김관영 ▲김동철 ▲김성곤 ▲김영록 ▲박민수 ▲박지원 ▲박혜자 ▲유성엽 ▲이개호 ▲이윤석 ▲이춘석 ▲임내현 ▲장병완 ▲주승용 ▲최규성 ▲황주홍 의원이 참여했다.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문·안·박 연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호남민심과 야당민심은 어정쩡한 리모델링을 해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대폭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폭변화란 전당대회든 통합전당대회든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의원의 이날 ‘문안박연대 거부’기자회견은 이런 당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안 의원의 판단은 옳다. 당 대표권한을 세 사람이 나눠먹는 방식으로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 문 대표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 의원의 말처럼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다. 하지만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문안박 연대에 대해선 친노 핵심인 홍영표 의원 등 48명이 나서 지지성명까지 발표한 마당이다.
실제 지지성명을 주도한 홍영표 의원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지도부를 통해서 당이 하나로 되고 혁신의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문안박 체제'밖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범친노 좌장격인 정세균 의원까지 힘을 보태는 양상이다. 즉 친노와 범친노가 한통속이 되어 ‘문안박 연대’를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마당에 문 대표가 ‘문안박연대’제의를 철회하고,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전대’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이럴 경우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냥 자신의 제안이 거부당해도 ‘또 철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안 의원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대표권 나눠먹기’나 다를 바 없는 문안박연대 제의를 거부한 것은 잘했으나, ‘혁신전대’제의를 문 대표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안 의원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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