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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식 화가가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 |
세월로 빚은 작품에 흠뻑 빠져들다
[여주=박근출 기자]경기 여주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인 점동면에는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예술명소로 이름이 알려진 '어우재 미술관'이 있다.
이와함께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며 작품활동을 해온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훌륭한 예술인들도 살고 있다.
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예술명소가 자리하는 점동면은 '예향의 고장'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이에 <시민일보>는 점동면에 살고 있는 예술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흙을 다루는 농부시인 홍일선씨
홍일선 시인은 1950년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현재는 농사를 지으며 시를 짓는 농부시인이다.
수원농고 출신인 그는 80년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쑥꽃’외 5편으로 등단했으며, 김용택·황지우·나조영 시인 등과 함계 ‘시와경제’ 동인으로 활동했고 시집 <농토의 역사>, <한 알의 종자가 조국을 바꾸리라>, <흑의경전> 등을 펴낸 바 있다.
그는 2010년 한국문화평화포럼회장을 맡는 등 귀농 후에도 예술인으로서 왕성히 활동했다.
현재는 ‘바보숲 명상공원’에서 닭과 나귀 등을 키우며 전원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점동면 주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38년간 철과 함께 세월을 보낸 박춘수 작가
다음으로 청안리에서 금속공예 아트공방 ‘철사랑’을 운영하는 박춘수 작가가 있다.
17세 나이에 용접을 시작해 38년의 세월을 철과 함께 보냈고 그의 손길이 닿으면 아름다운 형상의 금속공예품이 빛을 발한다.
박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금속공예품으로는 그네, 흔들의자, 난로, 정원용새장, 생활소품, 종, 향꽂이 등이 있다.
금속공예와 별도로 박 작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서각이다. 서각 작품에는 박쥐와 복숭아가 등장하는데 복숭아는 장수와 다산을 의미한다.
철공예가이자 서각가(書刻家)인 박 작가는 직업으로는 철공예가로, 예술가로서는 서각가로 불리길 원한다.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유경식 화가
동양과 서양을 접목시킨 그림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경식 화가는, 젊은 시절 팔 하나를 잃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다가 이끌리듯 서예학원을 찾으면서 서예를 시작했고 8~9년 전부터는 서양화도 시작했다.
서예를 하면서 마음속에 ‘세계를 두드리는 문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늘 고민했다는 유 화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서양화 재료를 가지고 동양의 정신을 입히는 것을 택했다.
유 화가는 온고지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의 그림에는 항상 서예가 토양으로 깔린다고 말한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으로서 다소 편견어린 시선을 받아본 적도 있지만 적어도 작품으로는 편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유 화가는 “예술가는 배가 고프고 힘든 인생이라 이야기하지만 예술가로 살아가는 동안 작품을, 그리고 그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예술가로서 행복함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옹기항아리를 재해석하는 백종환 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백종환 작가는 90년 서울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회의 개인전을 주최했으며 현재 점동면 어우재 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옹기항아리 작가인 백 작가는 “옹기항아리의 넉넉하고 느슨한 선은 귀족적인 청자의 비색을 품은 선도 아니고 사대부의 학 같은 백자의 자태도 아니면서 어우실 산골의 순이 같은 언제나 편안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순이의 맨살이 고운 것 같이 굳이 꾸미지 않아도 가랑비 지나간 뒤 마른 행주로 대충 닦아 주면 단아한 광채와 두루뭉술한 아름다움을 스멀스멀 뿜어내는 항아리에서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한다.
백 작가의 작품들은 항아리 군상이 주어지는 기하학적인 원과 가마 옆에 의해 찌그러진 표면의 자유 곡선은 서로 상관없는 듯하면서 느리게 흐르는 선들의 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녹록지 않은 회화의 모티브를 제시한다.
특히 지난 6월 서울 장은선 갤러리에서 ‘보통의 행복’을 추구하는 백 작가의 ‘제11회 개인전’을 연 바 있다.
개인전 주제는 '옹기항아리'로 옹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흙을 도자기 가마에 구운 다음 잘게 부수어 그 분말로 작업해 얻은 분말을 접착성 물질에 섞어 도포한 뒤 그 위에 물감으로 형상을 묘사해 흙냄새를 캔버스 위에 표현했다.
■목공예에서 전통조경 시설물까지… 물레방아공방 이성연 작가
점동면 부구로에서 10년이 넘게 원두막과 물레방아공방을 운영 중인 이성연 작가는 처음에는 목공예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조경 시설물과 정원용품 전체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 작가는 특히 우리 고유의 전통조경 시설물 및 생활용품 재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작가는 “현대적 조경시설물들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전통조경 시설물은 일부의 마니아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사업성만을 따진다면 트렌드에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으나 험난하지만 더욱 보람을 느끼자는 생각에 온고지신을 사시로 정해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겠다는 모토도 갖고 있다.
■담아야 한다면 비워야 한다… 정원경 조각가
수원대 조소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정원경 조각는 7차례의 개인전 주최와 다수의 단체전 수상경력이 있다.
정 조각가는 “진정한 성공은 세속적인 성공이 아닌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며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고 채우고 담기 위해 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채워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비움·채움이라는 주제는 자신의 작업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이고 그 속에서 다른 이야기도 함께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작가의 작품은 어우재 미술관의 ‘人+人’ 특별 기념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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