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또 철수’냐 ‘강철수’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2-02 00: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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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노계 간의 갈등이 폭발일보 직전이다.

    문재인 대표는 최근 안 의원에게 “대표 권한을 공유 하자”며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연대’를 제의 한바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를 거부하면서 문 대표 사퇴를 전제로 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 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안 의원을 직접 겨냥해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거부하면서 혁신을 말하는 것은 혁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혁신전대’제안을 거부한 셈이다.

    그동안 양측의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겨냥해 노골적으로 비판한 적은 없었다. 지적할 것이 있더라도 우회적으로 비판하거나, 아니면 측근들이 나서서 공세를 펴는 것으로 싸움을 대신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실제 안철수 의원은 1일 "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에 대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더 좋은 안이 무엇인지 내놓아야 한다"며 거듭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의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비노계 문병호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혁신연대 제안을)없던 걸로 하고 지금 체제로 그냥 가겠다면 우리가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만약에 당내에서 혁신과 통합을 실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면 새로운 흐름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비노계 주승용 최고위원도 전날 오전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의 민심은 당명을 포함해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비노계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도 '문재인 대표에게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결단을 신속히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민집모는 이날 ‘시간끌기가 문재인 대표의 수습책인가’라는 성명에서 '문·안·박연대'에 대해 "당내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 대표의 권한을 나누는 것이 법률상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적 단점을 안고 있는 연대를 제안, 당의 위기를 가속화시켰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후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만 끌면서 문제를 봉합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당의 위기를 수습할 방안을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날 "그렇게 너무 재촉할 일은 아니다"라며 이들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문 대표의 발언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친노 진영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친노 핵심 노영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전당대회 자체가 혁신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확정된 혁신안 실천을 위해 당력을 모아야 한다”며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혁신전대 제안은 정치적 합의에 의한 축제의 전당대회가 아닌 ‘줄세우기’전당대회이고 이전투구 사생결단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병헌 최고위원이 “사생결단식 분열전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양측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결기는 특히 안철수 의원의 발언에서 분명하게 엿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 하나를 얻어간다"며 "앞으로 계속 소신 있게 관철해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의 주장을 매번 의미 없이 철수해 ‘또 철수(撤收)’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던 안 의원이 이번에는 정말 ‘강(强)철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나저나 문 대표와 안 의원도 이쯤 되면 완전히 갈라서야 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이혼법정 앞에 선 부부가 귀책사유를 따지는 판사 앞에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먼저 “집에서 나가라”, “집을 나가겠다”는 말을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면서도 남보다 못한 부부가 많다는 데 둘 사이가 꼭 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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