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비대위’는 ‘조삼모사’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2-11 13: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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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송나라에 원숭이를 좋아하여 키우는 저공(狙公)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런데 원숭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결국 먹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이제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려는 데 괜찮으냐?”하고 물었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라고 했고, 이에 원숭이들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아침에 한 개를 더 먹는다는 데만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래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당장의 차이에 신경 쓰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이는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내홍 수습방안으로 나온 이른바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대위원장 체제’가 그런 ‘조삼모사’와 너무나 닮았다.

    마치 잔꾀로 원숭이를 농락하듯 안철수 의원을 농락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제의를 거부하며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역 제안했다.

    ‘문안박연대’는 세 사람이 각각 1/3씩 대표권한을 공유하는 체제, 즉 지분 나눠먹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안 의원의 판단이다. 그래서 혁신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런 요구를 한두 번하고 그친 것이 아니라 연거푸 세 번씩이나 같은 요구를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단칼에 잘라 버렸다.

    안 의원이 잠행에 들어간 것은 바로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이런 행보를 ‘탈당 배수진’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자 수도권 의원들 다수가 '문·안(문재인 안철수) 공동 비대위원회' 체제를 중재안이랍시고 내놨다.

    하지만 ‘문안박’에서 ‘박’만 뺀 변형버전을 안 의원이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문안박연대’나 ‘문안공동비대위’모두 ‘지분나누기’라는 점에선 동일한데, 단지 차이가 있다면 ‘문안박연대’는 그 지분이 1/3이고, ‘문안공동비대위’의 지분은 1/2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안 의원이 ‘문안 공동비대위’안을 덥석 받아들인다면, 그간의 행보가 모두 자신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싸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유승희 최고위원이 '문·안 공동 비대위' 체제에 대해 두 사람의 권력 나눠먹기 밖에 안 되고, '문안박 연대'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안 의원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실제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겉으로는 협력하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철수 전 대표에게 상처를 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진정성이 의심이 된다”며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점점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실 안 의원은 서울시장 양보, 대선후보 양보, 지난 지방선거 국면에서의 민주당과의 통합 등으로 인해 ‘또 철수(撤收)’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도록 한 것은 친노 세력으로 그들은 항상 안 의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한편 분열의 책임을 돌려 협박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해 왔다.

    결국 안 의원은 자신의 뜻을 번번이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안 의원은 ‘결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안 의원의 말처럼 ‘결단’이든, 아니면 네티즌들이 조롱하는 ‘또 철수’든 결과는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야당의 체질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구성원의 낡은 사고라든가 야권의 정치지형이 바뀐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에 승리라도 했다면 몰라도 대통령 선거는 물론 이후 치러진 각종선거에서도 야당은 참패 했다. 특히 문 대표 취임이후 더욱 그렇다.

    안 의원이 만일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한다면, 이런 과거의 사례들을 교훈삼아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문안박’에서 ‘박’만 뺀 ‘조삼모사’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또 철수’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말마따나 ‘강(强)철수’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문안박연대’제의를 거부한 사람에게 ‘문안공동비대위’라는 것을 중재안으로 내놓은 사람들은 저공(狙公)인가, 아니면 원숭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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