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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결국 약 1년 9개월 전 자신이 '공동 창업주'로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말았다.
안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선거, 독자신당 창당 등 중요한 결단의 시기 때마다 매번 자신의 뜻을 철회해 ‘또 철수(撤收)’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 다녔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지금 야당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 수 없다"며 탈당을 결행한 안 의원의 모습은 그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말 그의 말마따나 ‘강한 철수’라는 의미의 ‘강(强)철수’로 변화된 듯 했다.
실제 안 의원은 대통령 선거 당시 느닷없이 후보직사퇴를 선언하는가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곤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큰 소리쳐 놓고는 갑작스레 민주당과 통합하는 등 ‘또 철수’행보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양보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박찬종 전 의원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없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한 것”으로 규정짓고 있다.
사실 그것이 ‘겁먹고 포기’한 것이라도 결과가 좋았다면 얼마든지 ‘양보’에 의한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대통령 후보 사퇴로 안 의원이 말하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는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갈등이 심한 선거로 기록됐고, 표 차도 가장 많았다.
또 민주당과 통합해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고 더욱 막강해 졌는가.
그렇지도 않다. 통합야당은 각종 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패했다. 특히 3번의 재보궐선거는 치욕스런 참패를 당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20%대로 ‘반 토막’수준에 불과하다.
이쯤 되면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을 수권정당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의 탈당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 의원이 탈당을 하면서 ‘정권교체’를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 희망이 없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 스스로 어느 한 쪽에 치우치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만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지지도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각각 42%와 43%를 기록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역시 40%대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의 ‘정권교체’발언은 바로 이들을 모두 적(敵)으로 간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절반의 국민을 배제하고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백전백패다.
그러면 안 의원은 어떻게 발언 했어야 하는가.
“정권재창출과 정권고체의 개념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잘한 외교와 국제관계, 안정적인 국정운영, 노동 개혁 의지 등은 승계 받고, 국민이나 야당과의 소통이 미흡한 점 등은 보완해 나가는 정권을 만들겠다.”
이렇게 발언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중도표심은 물론 온건 보수와 진보까지 끌어안을 수 있도록 확실한 중도정당 창당의지를 피력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의 ‘분당대첩’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손 전 고문은 4.27재보선 당시 ‘경기도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분당을 선거구에 출마해 거물급 상대인 강재섭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누르고 승리를 일궈냈다.
사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왜 여당이 ‘분당’을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분당구가 만들어진 후 20여년간 단 한 차례도 야당이 지역구를 차지한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지역에서 손 전 고문이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낸 것이다. 언론이 그 선거를 ‘분당대첩’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 손 전 고문은 국민의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삼갔다. 심지어 민주당이라는 소속 정당명조차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중도표심은 물론 나아가 새누리당 지지표심까지 끌어들여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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