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非盧...역시 오합지졸?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2-16 12: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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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오락가락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비노(非盧)계의 모습은 마치 겁먹은 오합지졸(烏合之卒)을 연상케 한다.

    행동은 없고 말만 앞세우다보니 두서가 없다.

    사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때만해도 이른바 '호랑이 굴'을 떠난 그의 뒤를 몇 명이 뒤따를지 관심이 많았다. 언론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거나 적어도 그에 근접한 수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국민이 속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국민들은 비노계의 갈지자 정치행보를 지켜보면서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새정치연합 비노계는 줄곧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 역시 문 대표 체제로는 ‘필패’가 불 보듯 빤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지도부를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직접적으로 ‘탈당’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의 비노계 의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16일 현재 문병호 황주홍 유성엽 의원 등 고작 3명만 탈당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심지어 ‘안철수의 남자’라고 불리는 송호창 의원은 물론 안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일하게 영입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마저 당 잔류를 선언하고 말았다.

    안철수 의원을 민주당으로 끌어들였던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관련, "성가신 사람이 사라졌으니 이제 우리끼리 뚜벅뚜벅 가면 된다고 한다면 그 길은 패배의 길이요, 죄인의 길"이라고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문 대표를 향한 비판은 그게 전부다.

    되레 그는 "우리 당은 어떤 비용을 지불할지라도 야권의 대통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실현해내야 한다"고 말하는가하면, "상황이 더 어렵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통합'이 답"이라는 등 ‘통합’을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우리 편인 사람들이 모두 하나로 뭉쳐야 겨우 해볼만한 선거가 되는 게 우리가 처한 냉혹한 정치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한마디로 야권이 분열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탈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송호창 의원의 당 잔류 변명은 더욱 가관이다.

    안철수 의원은 탈당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에 고향인 부산을 찾아 새정치연합을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냄비 속 개구리”라고 맹비난했다.

    그런데 송 의원은 그런 안 의원을 따라나서기는커녕 되레 복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 송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내용이 달라서 갈라지는 거라면 이해가 되지만 목표와 방향이 같은데 신뢰가 깨진 형태라서 갈라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며 안 의원을 나무랐다.

    그러면서 자신이 당 잔류를 결정한 것은 당 내에서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간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비노계의 생각일 뿐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더 이상 당 내부의 균열과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당내 부정을 야기하면서 혁신을 무력화하고 당을 흔들어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경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제가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며 "저 문재인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이 난국을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정권교체 방해 세력’으로 간주하고 문 대표가 책임지고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결국 내년 4월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런 의미를 모르고 혹시나 하며 공천장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낙천했을 때, 그때 가서 뒤늦게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다. 탈당에도 시기가 있는 법이다.

    공천을 받지 못해 뒤늦게 탈당한다면 대의명분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들을 ‘안철수 신당’이 받아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그런 ‘오합지졸’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김성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원이나 이계안 전 새정치연합 의원 같은 심지 굳은 용장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게 백번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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