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종북’논란 자초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2-17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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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종북 인사’라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도 같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하는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년에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 주요 인사들은 태극기를 거부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총리는 최종변론에서 "어느 순간부터 태극기가 우리 국기가 아니고 애국가가 우리 국가가 아니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북한의 3대 세습이 옳으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않고 왜 사상을 검증하느냐고 강변한다. 이제는 애국가가 우리나라 국가가 맞다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한탄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에서 최근 사실상 태극기를 거부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실제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미관상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적어 열린광장운영심의위원회에 제출했고, 심의원회는 ‘통행 방해’, ‘시대 흐름 역행’등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새누리당 소속 이노근 의원이 "'박 시장은 평양시장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국가보훈처는 당초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15일(광복절)까지 광화문광장 북단에 게양대 높이 45.815m(광복절인 1945년8월15일 상징), 가로 12m 세로 8m의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려고 했다.

    지난 6월엔 박승춘 보훈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를 위해 업무 협약(MOU)도 맺었다.

    당시 보훈처는 서울시와의 MOU를 근거로 광복절에 주요 인사와 시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태극기 게양식을 진행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최근 협약 내용을 뒤집으며 태극기 게양을 거부했다. 대형 태극기는 광장 통행을 방해하고 미관에 어울리지 않으며, 권위적이고 전제적인 냄새가 난다는 일부 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 지난 8월11일 열린 심의 회의에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해 게양대 설치안에 모두 반대했다.

    아마도 심의위원 가운데 태극기를 거부했던 옛 통합진보당 세력과 연계돼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노근 의원도 “심의위원 9명중 5명은 박원순 시장과 유사한 좌편향적 정치색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태극기 게양대를 마치 혐오시설이나 되는 양 ‘미관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할리 만무할 것이다. 사실 태극기 게양대가 지금 광화문 광장을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세월호 천막촌’보다 더 보기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또 한 개의 게양대가 세월호 천막 십여개보다 더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국민이라면 그런 심의위원들의 인식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보훈처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 22~23일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7.3%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8.6%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심의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거부하는 최종 입장을 보훈처에 통보하고 말았다.

    참으로 걱정이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상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는 대형 성조기가 걸려 있고,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에도 대형 국기 게양대가 있다고 한다. 서울시의 말처럼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 배경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다른 뜻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즉 ‘미관상 부적절’하다거나 ‘통행 방해’, ‘시대 흐름 역행’등의 이유는 핑계일 뿐이고, 속셈은 따로 있을 거란 뜻이다. 그게 무엇일까?

    과거 박 시장은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외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혹시...

    정말 아니길 바란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니 박 시장은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대로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가 휘날릴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부디 박 시장이 국민과 서울시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광화문 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반대 결정을 재고키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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