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과 ‘메기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5-12-18 14: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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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경우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하지만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마냥 환영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신당 탄생으로 새누리당 지지율이 무려 10%포인트 이상 급락한다는 당 신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마찬가지다.

    실제 각 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꾸준히 2배가량 차이 났던 여야 정당 지지율 격차가 안철수 신당의 출현을 가정했을 때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한겨레>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가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7%p다.)

    ‘내일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나’라는 질문에 26.6%가 새누리당, 26.5%가 새정치연합, 16.4%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할 신당’이라고 답변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새정치연합과 엇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한겨레가 야권성향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가.

    <머니투데이>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4~15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50명을 대상으로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는 경우를 가정해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응답률은 4.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p이다.)

    새누리당 37.6%, 새정치연합 25.2%, 안철수 신당 16.7%, 정의당 5.9%,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1.6% 순이다. 기타 정당 3.8%이고, 무당층은 9.2%였다.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7~11일 조사한 때는 새누리당이 42.3%, 새정치민주연합이 26.8%, 정의당 6.6%, 무당층 22.2%로 나타났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신당이 무당층을 대거 흡수하는 동시에 새누리당 지지율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야권의 외연 확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최근 호남 지역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에 안철수 신당이 포함되며 새누리당의 강고한 40%대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았다”며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여도 야도 싫다는 분들이 야권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새정치연합이 좋아할 일 또한 아니다.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에서 안 의원 탈당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42.8%, ‘잘못된 결정’이라는 의견은 35.7%였다. 또 안 의원의 탈당 책임과 관련 ‘문재인 책임론’46.5%, ‘안철수 책임론’31.3%로 문재인 대표에게 더 큰 책임을 물었다.

    한마디로 새정치연합 내홍에 대한 책임은 문재인 대표에게 있으며, 안 의원의 탈당은 잘했다는 게 현재의 호남민심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전라북도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이 새정치연합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안철수 독자신당이 아니라 천정배 의원 등 다른 신당파들과 통합신당을 만든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다소 인위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당이 창당될 경우 새정치연합을 위협하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실제 전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 전북도내 10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이 조사의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0%p다.)

    안 의원이 천 의원 등과 통합정당을 창당했을 경우를 가정한 ‘정당 지지도’조사에서 전북도민의 43.3%가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집권당인 새누리당(14.7%)은 물론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지지응답 23.6%보다 무려 2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신당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무능한 야당 탓에 아무런 노력 없이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여당은 물론, 친노 패권주의에 함몰돼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았던 야당이 모두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포식자인 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함께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더욱 강해진다는 ‘메기론’이 있다.

    어쩌면 안철수 신당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한 마리의 ‘메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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