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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정을 해야 되겠지만 제가 안철수 대표하고 당을 만드는 거는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안철수 신당’영입 1순위로 거론되는 이계안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그러다보니 안철수 의원의 인재 영입 명단에 이계안 전 의원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실제 내년 1월 초 이계안 전 의원이 신당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박종구 김앤장 변호사를 영입한다는 안 의원의 인재 영입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결단의 시기를 앞둔 그는 지금 날마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CEO 출신으로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평택에서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일찌감치 비전동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의 지역구인 평택을(乙)이다.
이계안 전 의원은 여당 후보와 1대1로 맞대결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실 그의 이력이나, 도덕성, 대중성, 소신 행보 등을 감안할 때 그가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만일 야권이 ‘문재인당’과 ‘안철수당’으로 나눠져 표가 분산된다면 아무리 유능한 그일지라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그는 두 번의 ‘선도탈당’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1월 7일 “열린우리당이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열린우리당 당원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그는 “이제 열린우리당도 죽어야 한다”며 “새정치를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의 탈당은 ‘탈당 도미노’현상을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었다.
실제 그가 탈당하고 한 달 후인 2월 6일, 김한길, 이종걸, 강봉균 등 23명의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과 '국민통합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선도탈당’이 후속 탈당행렬을 만들어 낸 셈이다. 물론 그로 인해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선도탈당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탈당은 2013년 11월 26일에 이뤄졌다.
당시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심포지엄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그는 측근을 통해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물론 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과 합류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새정치를 위해 온 몸을 바치겠다”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실제 그는 4명의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되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박호군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김효석 전 민주당 의원,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던 ‘새정치’의 꿈은 당시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함에 따라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 면에서 그의 두 번째 선도탈당은 실패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안철수 의원이 그를 다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 함께 당을 만드는 것이 하등의 이상할 이유가 없음에도 결단이 쉽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계안 전 의원은 지역 민심을 경청하고 있다. 호남향우회 회원들도 만나고, JC 클럽 등 관내 각 단체 회원들과도 만나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기꺼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그의 성품에 비춰볼 때에 단순히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는 안철수 의원이 예전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뜻을 접어버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하고, 대통령 선거를 포기하고 독자신당 창당을 포기했던 안 의원이 과연 이번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그를 잠 못 이루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론인으로서 10여년 이상을 곁에서 지켜본 결과 ‘훌륭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내린 이가 바로 이계안 전 의원이다. 따라서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 이번만큼은 아픔을 겪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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