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정치민주연합이 28일 '더불어민주당'을 새 당명으로 정했다. 약칭은 '더민주당'으로 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서 지난해 3월 26일 김한길 당시 대표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합당해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은 불과 1년9개월 여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실상 ‘도로민주당’으로 회귀한 셈이다.
물론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새정치연합이 당명 공모 절차를 거쳐 '희망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을 최종 5개 후보군으로 추렸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느 당명을 선택하든 ‘민주당’이라는 용어는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안 의원과의 합당 과정에서 사라진 '민주당'이라는 명칭을 회복하고 동시에 탈당한 안 의원의 '새정치'라는 흔적을 당명에서도 지우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은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물론 ‘민주당’이라는 당명은 국민의 귀에 익숙한 것이고, 역사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라는 용어에 애착을 지니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지금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세력이 이끄는 정당이기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상되는 ‘민주당’이라는 당명보다는 노무현정부 당시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이라는 당명이 더 어울리는 정당이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새천년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당됐다.
당시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리는 천정배 신기남·정동영 등 3인방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천년민주당을 박차고 나왔다.
물론 이들 가운데 신기남 의원을 제외하고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의원이 일찌감치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무튼 ‘탈(脫)호남’을 구호로 내세운 친노 세력이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민주당’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어울린다.
가칭 '국민회의'란 신당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이번주 중 공식 사과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자발적인 사과는 아닐 것이다. 야권 신당 논의의 주도권이 안철수 의원 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듯한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동교동계 등 DJ계 인사들은 천 의원에게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해왔다고 한다. 그런 요구를 계속해서 뿌리쳤다가는 호남에서 천정배 신당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당시 친노 세력주도의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인해 잔류파인 호남 세력은 민주당에 남게 되었고, 급격하게 그 세가 위축되고 말았다. DJ가 그토록 애정을 가졌던 ‘민주당’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세력이 이끄는 야당이 ‘도로 민주당’을 갈망하고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도로 민주당’이 아니라 ‘도로 열린당’에 걸 맞는 당명을 찾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좋다. 기왕 당명을 ‘민주당’이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당의 정강정책도 그에 걸맞게 변화를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
당명은 ‘도로 민주당’을 표방해 놓고는 정강정책은 ‘도로 열린당’을 추구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서야 어디 말이나 되는가.
즉 민생을 먼저 살폈던 DJ의 ‘민주당’을 따라야지 이념을 앞세웠던 ‘열린우리당’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안철수 의원도 “포장지만 바뀌었다고 해서 내용물도 바뀌었다고 (국민들이)믿겠느냐”라며 “포장지가 바뀌었다면 내용도 바꿔 달라고 간절하게 부탁드리고 희망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