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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한방’이 상승세를 타던 안철수 신당을 초토화 시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극단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 3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신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오차범위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은 이런 민심의 반영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마자 신당 지지율은 폭락하고 말았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거대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양당독점체제, 두 당에 대해 국민들이 만족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이다. 제3의 정당인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더민주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은 이런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7일 발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6년 1월 1주차 주중집계(1월 4~6일)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4일 하루 동안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4.8%, 더민주 21.3%, 안철수신당 20.8%였다.
이 조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1%포인트였다.
즉 더민주와 안철수 신당의 격차는 불과 0.5%포인트로 양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이틀 후, 바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6일 하루 동안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7.9%, 더민주 20.4%, 안철수신당 15.8%로 큰 변화가 나타났다. 더민주의 지지율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새누리당은 3.1%포인트나 상승했고, 신당은 무려 5.0%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이로써 더민주와 신당의 격차는 4.6%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왜 그럴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양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지 못한 탓이다.
사실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상황에서 ‘제3당’을 표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당은 당초 ‘중도 정당’을 기치로 내걸고 나섰으며 국민의 기대감도 그만큼 컸다.
구체적으로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진보계 한상진 교수와 보수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신당이 이념상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당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신당 창당으로 인해 견고하게 40%대를 유지하던 새누리당 지지율이 30%대로 ‘뚝’떨어졌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속도에 비해 더디긴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향후 하락세는 더민주보다 새누리당에서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왜냐하면 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더민주와 안철수신당 사이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사실상 마음을 굳힌 반면, 여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은 아직도 신당을 ‘새로운 정당’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더민주와 다를 바 없는 야당 중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신당이 더민주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국민, 특히 여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런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박근혜 대통령이나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사사건건 발목이나 잡는 더민주와 쌍둥이처럼,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되레 칭찬하고 힘을 실어주면 어떨까?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일 가운데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노동개혁 같은 문제에 대해선 새누리당과 칭찬경쟁을 벌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당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몰락해 가는 더민주와 ‘도토리 키 재기’식의 경쟁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거기에서 탈피, 거대한 집권여당과 자웅(雌雄)을 겨룰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진보성향은 물론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모두 움직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진보 쪽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보수 쪽의 지지를 받는 게 유리할 것이다. 아무튼 신당이 보수성향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이이라면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양당구도를 타파하는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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