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安신당’이냐 ‘제3당’이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1-14 16: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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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4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한 때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였었다. 비록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두 사람이 견해차로 결별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총질’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었다. 서로 교류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해 9월 김 전 수석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안 의원이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 때에 안 의원은 ‘결별 후 교류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결별) 이후에도 (교류가) 있었다"며 "(오늘 처음 뵙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었다.

    그런데 김 전 수석이 달라졌다. 안 의원을 향한 공세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실제 김 전 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당내에서 대권 후보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밖으로 나가서 자기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안 의원에 대해서도 "자기가 좀 불리하니까 밖으로 나가버리는 형태의 정치행위를 하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부정평가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탈당은 악수(惡手)였고 굉장히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지지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깎아내렸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수석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에게도 탈당하지 말라며 적극 만류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안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가지 말라는 뜻일 게다.

    대체, 김 전 수석은 왜 그러는 것일까?

    그가 이날 더민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고 하니, 안 의원과 국민의당을 비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그가 국민의당이 아니라 더민주를 선택했을까?

    전날 발표한 국민의당 인사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국민의당 인사는 ‘안철수 측근들을 전면배치한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열 2위에 해당하는 상임부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보직을 맡은 인사들은 모두 지난 2012년 안철수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캠프 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전 의원이 집행위원장을 맡아, 기획과 인사 등 당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사령탑에 임명 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러다보니 김 전 수석이 국민의당을 ‘안철수를 위한 당’, 즉 안 의원의 대권가도를 위한 디딤돌 정당쯤으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이 그런 정당이라면, 그 정당은 미래가 없다.

    그러면 국민의 당은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당연히 ‘제 3정당’이다. 즉 영호남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는 거대한 양당체제를 극복하는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국민들 사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지역갈등을 타파하고, 진보-보수 진영 갈등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디딤돌 정당’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는 국민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안철수 의원이 신당의 대표를 맡지 않는 것으로 될 일은 아니다.

    그동안 줄곧 ‘제3당’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사가 과연 주요 보직을 맡게 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런데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성식 전 의원이 최근 열린 국민의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진심캠프에서 박선숙 전 의원과 함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지만, 발기인대회를 목전에 둔 진심캠프 새해 만찬에도 불참했다.

    사실 김 전 의원이야말로 모든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제3당론’자일 것이다. 그가 진심캠프에 합류한 것도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함이 아니라 ‘정치개혁’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양당으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의 정치세력화와 다원화된 사회에 걸맞는 다당제로의 전환, 다수 형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연합정치의 활성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가야할 길”이라고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런 김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진심캠프 본부장 가운데 후보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등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뛰었던 박선숙 전 의원은 집행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 다당제로의 전환을 요구했던 그는 왜 국민의당과 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혹시 국민의당이 ‘제3당’이 아닌 ‘안철수당’이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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