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는 행복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1-22 16: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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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았었나?

    놀라울 정도다. 4.13 총선을 앞둔 요즘 손학규 전 대표 지지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못물처럼 밀려들어오고 있다.

    정계를 은퇴하고 강진에 내려간 만큼 그를 다시 흙탕물 같은 정계로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더라도 총선 이후에는 반드시 정계개편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야권이 사분오열된 지금 국민의 사랑을 받는 그가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며 ‘총선 역할론’을 주문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즉 총선에서 그가 어떤 역할이든 해야만 그에게 마지막 기회, 즉 대통령 출마의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총선에서 손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실 ‘총선 역할론’의 당위성에 대해선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손 전 대표가 야권통합을 위해 제3지대에 머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하나의 용광로에 집어넣고 갈등을 녹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즉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어느 특정 정당에 힘을 싣지 않는 중립적 위치에서 야권통합이나 야권연대를 위해 손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제3지대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선 전 역할을 하려면 불가피하게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부는 손학규 전 대표가 더민주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 이유는 대략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22일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원 구성을 의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조만간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데 손학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적임자라는 것이다.

    물론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가고 손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사실 지금 국민의당은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할 때만 해도 국민의당으로 기운 듯했던 호남 여론은 문 대표의 사퇴 발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 이후 더민주에 호의적으로 변했다.

    게다가 탈당파 일부 의원들은 안 의원에게 악화된 당 상황을 알리면서 "'당 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더민주 김종인 위원장을 뛰어 넘는 인물을 영입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손 전 대표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손학규 전 대표가 신당의 당 대표를 맡으면 단숨에 지지율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지금 더민주나 국민의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3일 김유정 전 국회의원이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광주 북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의 합류한 그는 손학규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지냈으며,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손학규 캠프의 대변인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손학규계' 인사로 꼽힌다.

    반면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병욱 성남 분당을 지역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지런히 지역 표밭을 일구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이른바 ‘분당대첩’은 당시 지역위원장이었던 그의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이처럼 손학규계가 양분된 상태에서 손 전 대표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나저나 손 전 대표는 참 행복한 정치인이다. 정계은퇴 한 그의 앞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고, 이런저런 의견을 쏟아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비록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그는 결코 불행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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