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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현역 20% 컷오프'와 별도로 3선 이상 중진의원 50%, 재선이하 의원 30%를 추가로 물갈이하겠다고 밝혀, 더민주 현역의원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탈당의원들이 20명이나 되는 만큼 ‘컷오프’될 현역의원은 10명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역 하위 20% 컷오프와 별도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별도의 평가를 도입키로 했다"며 "3선이상 하위 50%와 재선이하 하위 30%에 대해 1차적 배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대적인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더민주의 이런 물갈이 방침은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인 지난해 10월 6~8일 전국 남녀 유권자 1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지역구 의원의 재선.교체 의향에 대한 질문에 47%가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답한 반면, '현직 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24%에 머물렀다. 29%는 의견을 유보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다시 당선되기를 바라는 응답보다 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이 무려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19대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 19대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도 82%가 '잘못했다'고 평가한 반면 '잘했다'는 평가는 10%에 그쳤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한 평가는 평균 42점으로 사실상 낙제점이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무능한 19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공천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아예 당 대표가 나서서 물갈이를 하지 못하도록 막아서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김무성 대표가 현역 의원들에게 일방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심지어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에 출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역 의원 물갈이’주장에 대해 “과거 총선을 앞두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물갈이 경쟁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물갈이를 많이 하다 보니 초선 국회의원만 양성하는 꼴, 초등학생만 양성하는 꼴이 됐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절반 정도가 현역 교체를 희망하고 있는데, 또 다른 판단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현역 의원들이 마르고 닳도록 해 먹을 수 있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름의 ‘기득권 공천’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친박과 비박의 계파 갈등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물론 19대 국회가 ‘무능국회’로 낙인찍힌 데에는 여당 의원들보다 야당 의원들의 잘못이 더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애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잡기나 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쟁점법안에 이른바 ‘끼워 넣기’법안으로 국회를 마비시켜온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더민주의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 방침을 반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은 책임이 없는 것인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도진개진이다. 아무리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집권당이 소수정당에 발목 잡혀 중요법안을 지체시켜온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따라서 새누리당도 더민주 못지않게 물갈이를 하는 게 마땅하다.
제1야당인 더민주가 19대 국회에서 잘못한 게 많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이 여당과 무려 20%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격차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더민주가 19대 국회의 잘못을 반성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데 반해 새누리당은 현역의원들에게 일방 유리한 공천으로 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려 하기 때문이다.
공천과정에서 낙제점을 받은 현역의원들에 대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거나, 설사 이뤄진다고 해도 그 폭이 미미할 경우, 그동안 야당을 향했던 국민의 분노가 여당 쪽으로 방향을 돌릴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가 가능한 공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나저나 새누리당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공천을 하면서 ‘국민의 뜻’을 운운하는 궤변을 늘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토악질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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