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현역들, 나 떨고 있니?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2-24 15: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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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들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혹시 지옥으로의 초대장을 받지나 않을까 ‘벌벌’떠는 모양새다.

    하위 20%를 ‘컷오프’하는 것으로 현역의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더민주는 3선이상 50%, 재선이하 30%를 정밀 심사키로 했다. 추가로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뜻이다.

    우선 더민주는 24일 공천 배제 대상인 '하위 20%' 현역 의원들의 명단을 확정해 '친전' 형태로 개별 통보한 후 26일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명단이 공개되면 컷오프 대상자들은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앞서 더민주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현역의원 20%를 공천에서 배제키로 하고, 지난해 10월28일부터 77일간에 걸쳐 현역의원 평가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 21명과 비례 5명 등 25명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다.

    물론 이미 탈당한 유성엽·황주홍 의원 등이 평가자료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고 탈당한 안철수·김동철·문병호 의원, 불출마선언을 한 문재인·김성곤·신학용·최재성 의원에 대해서는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이들이 모두 하위권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15명 가운데 9명은 이미 탈당했거나 불출마 선언한 셈이다. 따라서 실제 컷오프 대상은 많아야 16명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역 16명 물갈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더구나 더민주는 당초 예정된 컷오프 20%와 별개로, 3선 이상 하위 50%, 현역ㆍ재선 하위 30% 의원들을 대상으로 가ㆍ부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위 20%를 공천에서 우선 배제한 후 남은 인원 중 다시 중진 50%와 재선 이하 30%에 드는 현역에 대해 공천관리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가ㆍ부 투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공천관리위원 8명 가운데 만일 4대4 동수가 나오면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더민주는 ‘막말파문’이나 ‘갑질논란‘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당 윤리위에 제소됐거나 징계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서도 ‘현미경 윤리심사’를 거쳐 공천에서 추가로 배제할 방침이다.

    가까스로 1차 컷오프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이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누구를 위한 물갈이냐”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더민주 소속 모 의원은 “중진들도 초재선이 있는 자리에서야 의연한 척하지만 따로 모여서 걱정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갈이 방식이나 폭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무차별적으로 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경쟁력 있는 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고 외부 압력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 국민은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한 조사 결과, 오는 4.13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 현역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9.6%에 불과한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무려 41.7%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두 명 중 한명 꼴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사실 19대 국회가 역대 국회 가운데 가장 무능한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국회의원들을 교체하겠다는 더민주 지도부의 생각은 옳고, 바람직한 것이다.

    최근 더민주 지지율이 야권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국민의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의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역 의원들은 반대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탐욕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물갈이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함부로 막말하거나 금배지의 힘을 믿고 ‘갑질(甲質)’을 해왔던 의원들은 지금 불만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고개 숙이고 조용히 자숙할 때다. 보다 나은 방법은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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