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누리당을 비판하면, ‘그럴 거면 왜 탈당하고 당을 만들었느냐’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면 ‘새누리당 2중대냐’며 또 뭐라 그러고, 양당을 비판하면 ‘양비론’한다고 그런다. 너무 힘들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7일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도와 달라”며 발언한 내용의 일부다.
안철수 대표가 당시 일정에도 없는 손 전 대표의 맏사위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서 이처럼 하소연한 것을 보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사실 안 대표의 발언을 보면, 우리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똑같은 목소리, 즉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면 굳이 탈당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유권자들의 지적은 옳다.
안철수 대표가 지금의 더민주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할 때만 해도 신당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신당의 지지율은 제1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거나 오히려 앞서는 경우도 있었다. 신당이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중도신당을 선언한 까닭이다.
하지만 선언과 달리 이후의 국민의당은 점차 좌로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주도권 경쟁을 벌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그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별반 차이가 없는 정당이라면, 유권자들의 선택은 빤하다. 굳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기존에 지지하던 정당에 등을 돌리고 신생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그렇다면 당은 그들이 모험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와 명분을 제공해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즉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기에 앞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민의당은 그러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문제도 그렇다.
탈당 정국에선 당연히 더민주를 비판하고, 몰아 부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민주의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민주를 비판하기보다는 더민주가 제시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더민주는 종북정당 판정을 받고 해체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정당으로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취약한 정당이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안보문제에 있어선 보다 경쟁력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민주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더민주와 동일한 정책, 동일한 목소리를 내면서 더민주를 비판하면 ‘새누리당 2중대’소리를 듣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면 ‘양비론’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중도정당은 양비론을 펼치는 정당이 아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최근 ‘창작과비평’창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 “다산 정약용이 강진 초당에 머물며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그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이 중도다.
즉 공허한 이념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사실을 토대로 무엇이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살피는 정당이 중도정당이고 그런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당의 정책이 국민에게 이득이라면 야당과 함께 해야겠지만, 반대로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여당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과연 모습을 보여 왔는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몰락을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간은 남아 있다.
2일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이번 총선을 자신의 주도권 하에서 치르기 위한 전략적 제안일 것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라"며 일축했다.
이대로 야권 통합을 한다는 건 총선·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국민의당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몰락이냐 부활이냐 하는 갈림길에선 국민의당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