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야권통합 거부 잘했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3-06 12: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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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또 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지닌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이번에는 ‘철수(撤收)’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지난 4일 최고위·의총 연석회의와 비공개 최고위를 통해 “더 이상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일단 양당 기득권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더민주와 손잡지 않고 당당하게 ‘제 3당’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국민의당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실제 당초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특히 물밑에서 더민주 측과 통합 논의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통합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대 당 통합뿐만 아니라 개별 복당 등의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통합에 찬성하던 의원들도 오히려 점차 통합 불가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연석회의 막바지에 홀로 회의장을 빠져나왔으나 이후 연석회의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갔다.

    제3정당의 길을 가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던 것 같다.

    여전히 통합을 긍정적 고려하자는 구성원이 일부 남아있더라도, 연석회의를 통해 거부 입장이 도출된 만큼 이견을 외부로 표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통합논의 없이 독자노선을 가게 된 셈이다.

    실제 안철수 공동대표는 6일 오전 마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통합’과 관련해 “죽는다면 이 당에서 죽겠다”라며 거듭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는 말로만 안보 앞세우는 정당과 안보는 늘 뒷전인 정당에게 계속 나라 맡길지 선택하는 선거”라며 “국민의당과 저는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이다.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고 덧붙였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지역 공개 공천 면접에 참석해 “통합은 불가하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며 통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국민의당 결정이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손해가 아니다.

    사실 제3당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들도 이러다 언제 또 철수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를 망설이거나 유보해 왔었다.

    실제로 안철수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시장을 위해 후보직을 양보했고,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대선후보직을 양보했으며, 독지신당 창당을 준비하다가 2014년 지방선거 직전 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해버리고 말았다.

    매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의지를 접고 편한 길만을 선택했던 것이다.

    소속 의원 일부가 ‘야권연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힐 때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뚝뚝’ 떨어진 것은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국민의당이 제3당의 길을 포기하고 더민주와 손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국민의당에서 등을 돌리게 됐다는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연대를 할 만큼 양당이 차별 없다면 굳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제 ‘야권통합 불가를 선언하는 것으로 ’철수는 없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준 만큼 더 이상의 지지율 추락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약하다.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어떤 특단의 결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야권통합 불가’에 이은 ‘야권연대 불가’선언일 것이다.

    정말 야권 교체를 원한다면 ‘수도권 연대론’을 제기하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안 대표의 말처럼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는 각오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양당 기득권 체제를 깨뜨리는 소중한 밀알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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