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이 밀집한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선거구가 바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다. 여당 후보들은 이 지역을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여당세가 강한 곳이다.
실제 14년 전 지역구가 생긴 이후, 야당 국회의원 후보가 이긴 건 2011년 재보궐 선거 단 한 번뿐이다. 그때 야당의 손학규 후보가 여당의 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인 강재섭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언론이 당시 승리를 ‘분당대첩’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이 지역에서 ‘제 2의 분당대첩’을 이루어 ‘제 2의 손학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그의 도전이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졌다.
사실 전통적인 여당 텃밭, 그것도 ‘제2의 강남’이라는 곳에서 무명의 야당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 그 가능성이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가 집권당 후보, 그것도 그 지역의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와 오차범위를 조금 벗어난 차이로 맹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국민의당 윤은숙 후보는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한 거물급 인사인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보다도 지지율이 높다.
임태희 후보는 비록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뿌리 깊은 여당인사다. 더구나 그는 이 지역 3선 의원 출신으로 탄탄한 지역기반까지 갖추고 있는 후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그런 거물급 후보를 사실상 정치신인이나 마찬가지인 야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따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 김병욱 후보가 지닌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손학규’다.
20대 총선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곳곳에서 ‘손학규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는 노골적으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영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을 전남 강진에 보내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할 만큼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광주 등 호남 방문 일정에서 '호남 대통령'을 언급한 것도 손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도 손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당 내 인사들을 통해 관계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비례대표 당선권 후보 추천도 요청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양당의 제안에 모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양당이 손학규 전 대표에게 이처럼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자명하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춘 손 전 대표의 지원을 통해 자당 후보들을 당선시키려는 의도아니겠는가. 실제로 노선과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 손 전 대표만한 인물이 없다. 그는 여야 모두 ‘산토끼’로 분류하고 있는 중도표심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다. 게다가 온건 진보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수도권 지역에서 경기도지사를 지낸 그의 지원은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손 전 대표가 30일 오후 5시 김병욱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들러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김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칩거 중인 손 전 대표가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선거사무소를 직접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경기 광주을에 출마한 임종성 더민주 후보의 부친상이 있어서 올라오는 길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김 후보의 사무소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김 후보는 손 전 대표가 분당에 출마했을 때 먼저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사람이고, 현재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만큼 손 전대표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분당을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진다면, 중도층의 표심이 급격하게 김 후보에게 몰릴 것이고, 그로인해 그가 꿈꾸던 ‘제2의 분당대첩’도 현실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욱 후보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한편 김병욱 후보는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금융투자협회 코스닥공사 과장 ▲가천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금융경제전문가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