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천정배, 한방에 ‘훅’간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4-26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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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요즘 자주 DJ의 삼남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4䞉총선 이후의 첫 정치 행보는 호남 행이었다. 물론 김홍걸 위원장과 함께했다.

    총선 직전인 지난 8~9일에도 문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 함께 전남북 지역 방문을 강행한 바 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에도 문 전 대표는 첫 호남 행에서도 김 위원장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마디로 호남 민심을 염두에 둔 문 전 대표의 '김홍걸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표를 안내해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는가하면, 문 전 대표가 김 위원장을 안내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는 이미 호남에서 사실상 버림받은 사람이다.

    그로인해 20대 총선에서 광주는 더민주 후보 8명이 모두 전멸했고, 전남에선 10명 중 한명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승리를 장담하던 전북에서조차 더민주 후보는 10명 중 2명만 당선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표는 “호남민심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되레 ‘김홍걸 마케팅’으로 호남 민심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두 차례 호남을 찾는 이벤트성 방문으로는 호남 민심을 돌리기 힘들다는 평가다. 총선이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광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이 조사는 지난 16일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2명(광주 506명·전남 50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38.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2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21.3%보다 무려 17.2%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호남 지역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할 정당으로는 응답자의 59.5%가 국민의당을 꼽은 반면 더민주는 29.2%에 그쳤다. 약 두 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성난 호남민심을 ‘김홍걸 마케팅’으로 토닥거리려는 문재인 전 대표의 얄팍한 술수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도 경고장을 받아야 할 사람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총선 직후 천정배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문회'와 같은 정치 공세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념논쟁을 벌이자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오죽하면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천 대표의 청문회 주장에 대해 "우리가 무슨 혁명군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며 "국민의당이 마치 완장을 찬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고 쏘아붙였겠는가.

    다행이 안철수 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선은 민생 현안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고, 주승용 원내대표도 "지극히 개인적 발언"이라며 "당에서 전혀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 아니고, 당 차원에서 추진할 성격의 것도 아니다"고 일축하기는 했으나 또 이런 ‘완장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실 호남주민이 국민의당을 적극 지지해 '3당 체제’를 만들어 준 것은 여야를 중재하고 조율하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더민주와 한 패거리가 되어 이념논쟁을 촉발하라는 게 아니다. 더민주와 다를바 없다면 굳이 제1야당을 버리고 국민의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천정배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자만하지 말고, 정쟁을 일으킬 만한 주장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과거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으로 ‘탈레반’으로 불렸던 만큼 천 대표의 행동은 더욱 조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여권 성향의 보수 지지층과 중도성향의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민심을 무시했다가 한방에 ‘훅’갔듯이 천정배 대표도 ‘완장’찬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문 전 대표처럼 버림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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