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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문재인 전 대표)은 작문(作文)하는 것이 무슨 버릇인 것 같다."
"(둘이 만난 자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말을 만들어서 사후에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그래서) 단둘이 보는 일은 안 하겠다."
“앞으로 (문 전 대표를) 만나면 녹음기를 가져 와야겠다.”
“문 전 대표가 (회동 후 기자들에게) ‘당에 수권비전위원회를 만들 테니 김 대표에게 맡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는데, 그런 얘기를 만찬에서 한 적이 없다. 대선 후보 가능성은 있다지만 확정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나에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
“(문 전 대표 주변의) 일부 사람들이 자꾸 이상한 형태로 말을 만들어내는 데 정상적인 건 아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 진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마디로 문 전 대표와 친노 인사들이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서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김 대표의 이용재 전 정무특보가 “김 대표와 통화했더니 ‘문재인 전 대표는 정직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어이없어 하더라”고 말했겠는가.
그러면 문재인 전 대표나 친노 측이 김종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일단 문 전 대표는 입을 닫았다. 문재인 의원실은 기자들에게 “김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틈을 벌리는 걸 원치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친노 진영의 반응은 거칠기 그지없다.
“언론에 (22일 저녁) 독대 사실을 자기 해석대로 먼저 옮긴 건 김 대표다. 이후에도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고 있다. (합의추대나 전당대회연기 같은) 당 중앙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을 문 전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3김(三金) 시대’에도 그렇게는 안 됐다.”
“비례대표 사태 때 사퇴를 언급하다 뜻을 관철시켰던 ‘벼랑 끝 전술’의 반복이다. 정말 대표가 하고 싶으신 것 같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 때도 다섯 번이나 당무를 거부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 간 것도 아니고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은 과거사라도 당 대표 자격 기준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측근 인사들이 김종인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마디로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다.
즉 김 대표는 문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보는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김 대표를 ‘욕심쟁이’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호남에서 더민주가 완패한 것을 두고,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실패한 것”이라고 규정한 반면, 문 전 대표 측은 “김종인 대표가 햇볕정책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쯤 되면 양측은 서로 갈라서는 게 맞다.
아무리 양측이 대권-당권을 놓고 밀약한 사실이 있더라도 서로가 상대를 ‘거짓말쟁이’와 ‘욕심쟁이’로 치부할 정도면 이미 신뢰는 깨진 것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낭떠러지에서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사실상 전략적 제휴관계가 깨어졌다는 선언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판단을 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이제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서로 각자도생의 길을 것을 것이란 일반의 예측은 아무래도 빗나간 것 같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당초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라는 전략적 제휴로 맺어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거짓말쟁이’와 ‘욕심쟁이’의 불안한 동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로 비록 김 대표가 바라는 ‘합의추대’문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반대로 물 건너갔지만, ‘전대연기론’은 문 전 대표의 침묵으로 성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상대를 불신하면서도 양측이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쟁이’와 ‘욕심쟁이’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쓰리고 아프다.
정녕 더민주에 국민의 사랑을 받는 다른 대권주자와 당권주자는 없는 것일까?
과다한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 적진이나 다를 바 없는 대구와 부산에서 살아 돌아온 김부겸, 김영춘 당선자 등 저평가 우량주에게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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