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안철수의 ‘싱크탱크’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5-03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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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2010년 12월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문단 그룹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켰다. 대선을 2년 앞두고 발기인 78명을 중심으로 하는 '싱크탱크'를 공식 가동한 것이다. 당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중에는 대학교수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고 이들 중 절반가량은 현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 장·차관, 정부 산하 기관장 등 요직을 차지했다. 대선주자의 싱크탱크는 선거과정은 물론 대선 이후에도 정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뜻을 지닌 정치인이라면 대통령 수업을 위해서라도 이런 ‘싱크탱크’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싱크탱크’를 갖춘 정치인을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오바마 당선 이후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미국진보센터는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의 당선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인수위 시절부터 많은 인재들이 참여해 정책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실 미국 싱크탱크 역사는 매우 깊다. 레이건 때는 ‘헤리티재단’이, 클린턴 대통령 때는 ‘브루킹스연구소’가 부시 대통령 때는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가 싱크탱크로 주요정책을 제시하고 이끌었다. 물론 그 소속 인재들이 당시 정부의 요직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이처럼 싱크탱크는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준비된 인재들을 진열해둔 상점(policy shop)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2년을 앞둔 시점에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킨 것은 이런 ‘싱크탱크’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 가운데 싱크탱크를 갖춘 이른바 ‘준비된 대통령’후보는 고작 두 명에 불과하다. 바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2013년 6월에 설립한 정책네트워크 '내일'(소장 정연호 변호사)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내일’은 정책 자문을 비롯해 인재 영입과 지역별 지지자를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송태호 전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있다. 이번 총선 당시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된 김병욱 당선인은 이 재단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작년 7월 정계 은퇴 이후 전남 강진에 머무는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예상되면서 덩달아 바빠지는 모양새다.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재단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는 7월이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그런 의미에서 손 전 대표는 상당히 오랜 시간 대통령 수업을 받은 셈이다.

    반면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잠룡들은 아직 이렇다 할 싱크탱크가 없다. 아예 만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만들었다하더라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2012년 5월에 급하게 '담쟁이포럼'이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었으나 18대 대선 패배 후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후 모임을 가졌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에도 끈끈하게 모임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아예 싱크탱크를 만들어 본 적도 없다. 총선 패배 직후 몰락하는 것은 그런 상황에 대비한 싱크탱크가 없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13 총선과정에서 싱크탱크를 구상했으나 총선 패배로 인해 지금은 물거품이 된 상태다.

    이들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만 가졌을 뿐, 대통령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듯,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싱크탱크조차 준비하지 못한 무능한 정치인을 국민이 선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적어도 한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손학규 전 대표나 안철수 대표처럼 싱크탱크를 만들고 철저하게 준비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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