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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은 4.19혁명의 DNA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20대 국회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제도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달라."
이는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지난 4월19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김병욱, 양승조, 이찬열, 이훈, 임종성, 전혜숙, 조정식 등 손학규계 당선자들과 함께 수유동 4.19국립묘지에서 참배한 후에 한 발언의 일부다.
그런데 여야 모두 기득권 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손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정치권의 ‘새판짜기’는 가능한 것일까?
사실 이번 총선은 ‘권력을 독점하는 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손 전 대표의 분석은 전적으로 옳다.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을 심판하기 위해 국민은 원내 제1당 지위를 빼앗았고, 더불어민주당 기득권 세력인 친노를 심판하기 위해 호남에서 참패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양당의 권력을 독점하는 세력인 친박과 친노를 심판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친박과 친노 세력은 모두 뒤로 물러나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먼저 새누리당 친박계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건 완전히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진석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것으로 정했다. 비대위 출범을 반대하던 친박계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게다가 당직 인선에도 친박계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총선 이후 '2선 후퇴’를 암시하던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전당대회 출마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 당선에 이어 당권도 친박계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당내 비박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정치권 ‘새판짜기’의 불씨를 당길지도 모른다.
실제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옛 친이계 인사들은 이미 20대 총선 직전부터 '제3의 정치결사체' 조직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여왔다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탈당파 및 수도권 비박계 일부가 합세한다면 충분히 정계개편의 신호탄 정도는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더불어민주당의 친노계의 모습은 어떤가.
더욱 가관이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당한 것은 ‘반(反) 친노정서’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런데 친노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탓이라며 연일 ‘김종인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호남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를 은퇴하고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던 문재인 전 대표는 뒤로 ‘쏙’ 빠져 버렸다. 즉 호남 패배는 문재인 탓이 아니라 김종인 탓이니까 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종인 대표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과연 더민주 비노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령 새누리당 비박계가 먼저 친박 독주에 불만을 품고 탈당해 당 밖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상하는 옛 친이계 및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신당 깃발을 치켜든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더민주 내부에서도 합류하는 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반성하지 않는 친노 기득권 세력에 염증을 느낀 비노계가 더민주를 탈당해 신당에 합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여권 비박계와 야권 비노계가 손을 잡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제도혁명을 위해 ‘신당 창당’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국민의당에서도 호남계 상당수가 이탈해 합류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신당에 과연 친박계의 반기문, 친노계의 문재인처럼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만일 그런 대선주자가 있다면 신당은 ‘호남자민련’이 되어버린 국민의당은 물론 단숨에 양당을 능가하는 ‘전국적 신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주자를 찾는 일, 그게 제4신당의 최대 과제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정치권의 새판짜기’는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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