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대권환상에서 벗어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6-06 23: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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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서울메트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사망사고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가도에 먹구름이 끼었다.

    여론이 서울메트로는 물론 상급기관인 서울시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면서 서울시 수장인 박 시장이 연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탓에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 시장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예방이 가능했던 거듭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스크린도어 사고가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2013년 성수역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해엔 강남역에서, 그리고 지난달엔 구의역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박 시장은 비슷한 대책을 되풀이했지만, 이번 사고로 현장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민주가 지난 3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국민 안전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선 안 된다"며 구의역 사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서울시와 간담회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상 서울시와 박 시장을 상대로 한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인 셈이다.

    통상 같은 정당 소속 단체장의 잘 못에 대해선 짐짓 모르쇠하거나 관대하게 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선 서울시의 관리·감독 책임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게 처신했다가는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탓일 게다.

    바쁜 일정에 쫓겨 ‘컵라면’을 먹지 못하고 숨진 19세 청년의 안타가운 죽음과 관련해 국민의 분노는 지금 박 시장을 향하고 있다.

    더구나 박 시장 취임 후 이번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서울메트로의 사장·감사·이사 등 고위직이 박시장과 가까운 노조·정치인·시민단체 출신 등 비전문가로 대거 채워졌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과 인연 있는 인사들이 서울메트로의 핵심 보직을 꿰차고 일반 직원들은 퇴직 후 스크린도어 관리 용역업체로 옮겨가는 이중의 낙하산 구조가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철 1∼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는 2011년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하청업체인 은성PSD를 세우고 정원의 72%인 90명을 퇴직 임직원들로 채우도록 했다. 이곳에 일감을 주면서 퇴직자들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즉 박 시장의 측근인 비전문가들을 서울메트로 핵심 보직에 앉히고, 그로 인해 밀려나는 퇴직자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느라 스크린도어 관리용역업체에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무산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물러난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전국증권산업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서울메트로 업무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메트로 감사를 맡은 지용호씨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 출신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오건호씨도 서울메트로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심지어 안철수 대선후보캠프 부대변인 출신인 이숙현씨와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원씨는 서울메트로에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서울메트로의 낙하산 관행은 그대로 일반 직원들에게도 이어졌다. 숨진 직원이 일했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업체 은성PSD의 직원 40% 이상은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이고, 이들은 다른 직원보다 2∼3배 많은 월급을 챙겼다. 그로인해 이번에 숨진 청년의 경우 한달 월급은 144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두명 이상이 작업해야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지킬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쩌다 사태가 이렇듯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일까?

    무엇보다도 박원순 시장의 대권놀음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자신의 대권을 위해 서울메트로에 노조·정치인·시민단체 출신 등 비전문가들을 채웠고, 그 ‘나비효과’로 나타난 것이 이번의 사고라는 것이다.

    부디 박원순 시장은 대권환상에서 벗어나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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