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신당’필요하지만 사람이 문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6-22 14: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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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비록 약진하기는 했으나 동시에 ‘호남자민련’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전국정당 성격의 새로운 ‘중도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사건이 불거져 나오면서 그런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친이계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하면서 "19대 대선 전 중도 신당을 창당하고 가능하면 대선 후보도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창당 동력을 전국 개헌추진 조직에서 얻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즉 개헌을 연결고리로 중도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신당창당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앞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지난달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 창립식에서 "다음 대선에선 모든 후보들이 가능한 취임 1년 뒤 이원집정부제 즉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할 것을 공약하고 정당들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전 의원처럼 ‘개헌’을 매개체로 중도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등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이재오.정의화 등은 개헌을 연결고리로 신당창당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개헌에 대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이미 국민적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는 마당이다. 실제로 20대 국회의원 10명 중 8∼9명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가 지난 19일 현역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는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250명(83.3%)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유권자 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p)에 따르면 개헌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9.8%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12.5%)의 무려 5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정치권의 반응이 냉담한 것을 보면 문제는 ‘개헌’이 아니라 다른 데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면 혹시 ‘중도’라는 신당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중도성향’이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40%대에 달한다. 반면 ‘보수’라는 응답은 30% 안팎이고, ‘진보’라는 응답은 20%대다.

    따라서 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정했다면, 그것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혹시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신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신당을 창당하려는 주체가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런 사람을 영입하겠다는 공개선언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국민 가운데 이재오 전 의원이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차기 대통령 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많아야 1% 안팎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신당을 창당하겠다니, 아무리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중도신당에 동의하더라도 코웃음만 나오는 것이다.

    혹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라면 모르겠다.

    서울경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에 지난해 12월 23~24일 전국 성인 1,000명(500명씩 두 그룹)을 대상으로 벌인 신년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주순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여야 유력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중도적인 인물로 손 전 대표가 꼽혔다.

    설문조사에서는 “○○씨의 이념성향이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진보면 0, 중도이면 5, 매우 보수면 10 등 0에서 10사이의 숫자로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물었다.

    그 결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평균 6.9로 가장 보수 성향의 후보로 인식되고 있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3.7로 가장 진보적인 후보로 지목됐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는 5.0으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정확히 중도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5.7) 보다는 조금 좌측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4.4)보다는 조금 우측에 있다.

    이런 그가 개헌을 매개로 중도신당의 깃발을 올린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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