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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특히 야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애타게 찾는 정치인이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선 그를 ‘전문 구원투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는 바로 전남 강진 백련사 인근 토굴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일컫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는 등 국민의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30일에도 어김없이 ‘손학규 등판론’이 등장했다.
지난 3일 손 전 대표를 만나 "국민의당에서 함께 하자"고 직접 입당을 제의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두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나니 인물난 이야기가 나온다. 조금 더 인재풀을 넓혀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의미에서 강진에 계신 손학규 전 대표에게 안철수 전 대표나 제가 많은 러브콜을 했다”며 수차례 노크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근히 손 전 대표와 교류가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 그는 “저 하고 손학규 대표 하고는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수시로 전화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서도 손 전 고문에 대한 적극적인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손 전 고문이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에 욕심이 있는 분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큰 그림을 구상을 하고 계시는 분”이라며 “우리 당에 오셔서 안철수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들과 대권 후보의 경선을 한 번 치러 봤으면 좋겠다. 당으로 들어와 안 전 대표와 경쟁하는 구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영입의사를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손 전 고문을 비롯해 또 다른 여러분들을 만나서 우리당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권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무본부장이 국민의당이 손 대표를 영입하려는 것은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 총무본부장은 지난 2011년 손 전 대표가 대표를 지낼 당시 당의 사무총장을 맡았고 지난 1월 손 전 대표의 러시아 방문길에 동행하는 등 손학규계 핵심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정 본부장이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대표가 물러남에 따라 손학규 역할론이 나오고, 손 전 대표를 대선 주자로든 당 대표로든 모셔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지금 국가적으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경륜 있는 분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하는 부분은 좀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위기가 생길 때 손 대표를 대안으로 자꾸 거론하는데 나는 그런 것은 순수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러면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이런 러브콜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사퇴로 손학규 전 대표의 발걸음이 국민의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이 정계에 복귀할 적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들어가 ‘구원투수’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실제 “강진에 계속 노크 중”이라고 밝힌 박지원 위원장은 ‘그런데 문은 아직 안 열렸느냐’는 질문에 “아직 안 열렸다”고 실토했다. 손 전 대표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도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 입당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 손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일단 정계에 복귀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 사랑을 받아 왔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증오의 시대, 분열의 시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 대통령’이라는 구호로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자면 기존의 정당을 선택하는 것보다 제 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래야 새누리당 친박패권세력과 더민주 친노패권세력을 제외한 제반 정치세력의 중심인물로 ‘국민통합시대’를 여는 ‘통일대통령’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손 전 대표가 상당수의 정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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