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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직기강이 흐트러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국민을 개·돼지라 지칭하는 등 막말 논란을 일으킨 공직자까지 나타났다.
12일 파면조치 된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경향신문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당시 "99%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먹고 살게 만 해주면 된다"며 기자들에게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그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 출근길에는 해당 교육부 간부 파면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 기획관의 발언으로 온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대상자를 문책하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 수장인 이준식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던 교육부는 이날 파면 조치하기로 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현재까지의 조사결과와 지난 1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공직자로서 해선 안 될 잘못을 저질렀고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에 최고수위 중징계가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3일 중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나 전 정책기획관의 직위 해제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공직기강해이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널려 있다.
앞서 <시민일보> 고성철 기자는 지난 3일 남양주시 공무원 A씨가 부하 여직원 신체일부를 촬영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남양주시 현직 공무원 6급 팀장이 지난 5월 23일여부터 6월 30여일까지 부하여직원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현장에서 발각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 한명인 줄 알았던 피해자는 어느새 10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무려 2달여 동안 휴대전화를 실내화에 끼우는 방법으로 직원들의 시선을 피해 동료 여직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했던 것이다.
또 광주광역시의 지구대 소속 경찰 간부들이 회식 후 다툼을 벌이다 112에 신고해 동료 경찰이 출동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정기인사에 따른 지구대 회식 자리에 참석한 두 사람이 사소한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욕설 섞인 폭언을 주고받다가 몸싸움까지 번졌다. 당시 현장에서 두 사람은 화해하고 귀가했으나 조 경위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욕설을 듣고 몸싸움까지 했다는 생각에 귀가 후에도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B 지구대는 사건 발생지 관할인 A지구대로 사건 당사자들을 임의 동행했고 조 경위와 최 경위는 A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정말 가관이다.
이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각 부처와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소속 공직자와 임직원들이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고, 직무에 전념하도록 각별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공직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정부 신뢰가 훼손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최근 우리나라는 북한의 도발과 이슬람국가(ISIL) 등의 테러위협이 지속되고, 브렉시트 여파와 구조조정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흐트러질 대로 흩어진 공직기강해이가 바로잡힐지 의문이다.
공직자들, 특히 장차관급의 고위직이 아무리 잘못해도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고 눈감아주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이 오늘날 이런 공직기강해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야당으로부터 해임결의안이 제출된 박승춘 보훈처장을 파면조치하지 않고 감싸주는 것이다. 그러니 공직자들의 기강이 바로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정말 공직기강을 바로 잡고 싶다면 당장 박승춘 보훈처장부터 해임하라. 공무원의 잘못에 대해 단호한 징계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나향욱’이 또 다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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