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제왕적 전직 대표’ 문재인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7-25 16: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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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하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별다른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민주에서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직 문재인 전 대표 한사람뿐이다.

    특히 8·27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차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친(親)문재인'계 인사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문 전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실제 추미애 송영길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등 당권주자들의 ‘문심잡기’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오죽하면 ‘이래도 문재인 당, 저래도 문재인당’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겠는가.

    실제로 전날 국회에서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문 전 대표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을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장을 맡아 호흡을 맞췄던 인연으로 인해 ‘친문 중의 친문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혹시라도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를 받지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출마 선언 직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서형수(경남 양산을) 의원과 문 전 대표의 최측근 김경수(경남 김해을) 의원 지역사무소를 차례로 찾고 25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를 예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같은 날 출마 선언한 송영길 의원도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한 술 더 뜬다.

    실제 송 의원은 지난 9일에는 네팔에서 새벽 5시 반 비행기로 귀국한 문 전 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아내 남영신씨를 인천공항에 보내 꽃다발을 전달한 바 있으며, 김 전 교육감보다도 하루 앞서서 봉하마을에 내려가 권씨를 먼저 예방했다.

    출마선언한 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 수행팀장을 지낸 김경수 의원의 경남 김해을 대의원 개편 대회에 참석했다. 친문표심을 얻기 위한 구애가 노골적이다.

    뿐만 아니라 송 의원의 출사표에도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가 담겨 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이자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 추미애 의원은 어떤가.

    추미애 의원은 이미 최재성·진성준 전 의원 등 원외 문 전 대표 측근들을 앞세워 가장 적극적으로 '문심'에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그는 ‘문재인 호위무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실제 추 의원은 김해을 지역대의원 개편대회에서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대선후보였는데 당이 돕지 않았다"면서 "욕먹을 일은 당 대표가 하고 대선후보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도 친문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란 소리가 들린다.

    실제 권역별 시·도당위원장이 최고위원을 겸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적 친문계 인사로 꼽히는 전해철·도종환·최인호 의원이 각각 경기도당·충북도당·부산시당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부문별 최고위원 역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상무와 김병관 의원이 각각 여성위원장·청년위원장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 졌다. 이들 모두 친문계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니 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가 없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가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가 하면 김부겸 의원·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도지사에 이어 최근에는 우상호 원내대표까지 거론하며 다양한 대선 후보군을 띄우려고 하지만 당내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다. ‘제왕적 전직대표’인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것이다.

    오죽하면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같은 거물급 인사가 들어오더라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사실 더민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그래도 국회의 견제를 받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제왕적 전직 대표’인데도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기관차와 같다. 여기에 ‘온라인 10만 당원’이라는 추진엔진까지 달려 있으니 그 기관차의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폭주하다가는 언제 탈선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점차 속도를 더해가는 더민주의 ‘문재인 당’화는 정말 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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