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싸움’에도 玉石은 가리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7-27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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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8.9전당대회는 ‘도토리 당권주자’ 6명의 후보들이 경쟁하는 ‘맥 빠진’ 대표 경선으로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출마여부로 언론의 관심을 끌던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7일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 한 당직자가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현재 당권도전을 선언한 후보는 이주영·이정현·한선교·주호영·정병국·김용태 의원 등 6명으로 컷오프(예비경선)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당 대표후보가 7명 이상일 때만 경선을 통해 5명의 본선진출 후보를 가리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사람들 가운데 언론의 관심을 받을만한 ‘대어급’ 인사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홍문종 의원과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설이 나올 때만 해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새누리당 전대가 흥행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전대는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실제 당초 홍문종 의원은 친박계 당권주자로 지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이날 서청원 의원이 주재하는 만찬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서 의원은 당내 의원 50여명에게 보낸 초청장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보내 주신 성원에 감사드리고,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만찬 주재 배경을 설명했다. 서 의원이 회동에서 홍문종 의원을 친박계 당권 주자로 지목하며 세 결집에 나서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초청장을 받지 못했지만, 홍 의원은 초청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렸었다.

    또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는 전날까지만 해도 출마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했었다.

    그로 인해 비박계 후보 사이에 ‘비상령’이 내려졌고, 특히 비박계 당권주자인 주호영 김용태 정병국 의원은 ‘반(反) 김문수 단일화’를 하겠다며 강력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이번 새누리당 대표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의원과 김 전 지사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불출마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 전대는 ‘도토리 키 재기’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게 됐다.

    당 관계자는 “거물급들이 당선 가능성을 우려하거나 내부의 극심한 반발 등에 따라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도토리 키재기'란 혹평이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한탄했다.

    당초 친박계는 좌장 최경환 의원의 출마를 강력 밀어붙이다 비박계의 반발과 총선 참패론을 둘러싼 비난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이후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옹립을 시도했지만 '녹취록 파문'이 터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홍문종 의원이 친박계의 지지를 모아 당권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마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비박계의 공세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에는 총선 참패 후 비박계가 '친박 패권주의'를 막기 위해 친박 거물급주자들을 주저앉히는 것으로 보고 이해하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같은 비박계 출신인 김 전 지사의 등판마저 계파 음모론을 주장하며 막아섰다.

    그래서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센' 후보가 출마하려 하면 덮어놓고 계파 프레임을 작동시켜 주저앉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친박 타도’ 말고는 아무런 비전이나 전략도 없이 사익만 추구하는 비박계의 무능과 오로지 ‘당권 장악’이라는 목표에 집착한 친박계의 과욕이 합쳐도 당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이런 ‘진흙탕싸움’에서라도 옥석(玉石)을 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정당에서 호남 출신의 당 대표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러면 첨예한 지역갈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출마선언 한 6명의 후보 중 이정현 의원이 유일하게 야당의 안방격인 전남에서 두 번씩이나 당선됐다니, 그가 적임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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