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무성, ‘오더정치’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8-0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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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예비 경선에서 송영길 후보가 탈락했다. 송 의원은 추미애 의원과 함께 ‘양강후보’로 꼽혔던 만큼, 그의 탈락은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군가의 ‘오더(order·명령)’가 없었다면, 즉 투표인단의 자발적인 투표에 의해 ‘컷오프’가 이뤄졌다면 그가 탈락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비경선의 이변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약체로 평가되던 김상곤 후보가 1위를 차지했는가하면, 예비경선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종걸 의원이 유력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사실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는 줄곧 컷오프 대상자로 거론돼 왔다. 따라서 이들이 각각 1위, 2위에 오른 것은 이변 중의 이변으로 결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최약체 후보로 지목되던 이종걸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것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유일한 비노계 후보를 ’컷오프‘시키면 이번 전당대회는 ’친노 잔치‘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니, 일단 컷오프는 통과하도록 해 주자는 투표인단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져 좋은 성적을 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게 송 의원의 탈락과 김상곤 후보의 1등 성적표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1위인 김 후보와 박빙의 접전을 벌였다고 한다. 반면 유력 당권주자인 송 의원은 ‘꼴찌’이고, 그와 함께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던 추미애 의원은 불과 5표 정도를 앞서 가까스로 턱걸이를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상곤 돌풍’에 ‘이종걸 태풍’이라는 대이변이 전대 예비경선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이변은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배후에서 작동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실 예비경선은 특정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승부를 자기 뜻대로 만들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실제 투표인단은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고문단 등 300여명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260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본선처럼 당원이나 국민의 마음을 얻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인의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송영길 의원의 한 측근은 "친노 성향의 지자체장들을 중심으로 어차피 송 의원은 예비경선을 통과할 것이니, 김 위원장 측에 표를 보태면 '범친노'인 추미애·김상곤·송영길의 3자 구도로 본선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밝혔다.

    그런 ‘얘기가 돌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오더’가 있었다는 뜻 아닐까?

    즉 친노 후보 가운데 약체로 지목되는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도록 누군가 오더를 내렸고, 그래서 가장 강력한 당권주자인 송 의원의 표를 김상곤 후보 쪽으로 옮기도록 했고, 추미애 의원의 표 일부도 김 후보 쪽으로 몰아주지 않았겠느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은밀하게 그런 오더를 내린 특정인은 누구일까?

    그런데 이런 ‘오더정치’는 더불어민주당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새누리당에서도 흡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전날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양재 교육문화회관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인 함진규 의원은 오더정치로 보이는 문자내용이 담긴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강남을 당협위원회 유만희 사무국장이 보낸 문자에는 당 대표에는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후보를, 최고위원으로는 역시 비박계인 강석호 후보를 추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친박근혜계 당권주자인 이주영 후보는 “오더정치야 말로 반혁신의 표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한선교 후보도 “특정 후보를 지지해 그 후보를 앞세워 상왕정치를 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대체 누가 이런 ‘오더’를 내린 것일까?

    김무성 전 대표가 “정병국과 주호영 후보가 단일화할 것이고 그 후보를 밀겠다고”고 발언한 직후 정 후보와 주 후보가 극적 단일화에 합의하는 등 김 전 대표의 의중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주 후보는 그동안 줄곧 ‘비박계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따라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비박계 후보단일화가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여야의 전대과정에서 누가 이런 오더를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더민주나 새누리당에서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꿈꾸는 탓에 이런 ‘오더정치’라는 구태가 나타났을 것이란 점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이런 ‘오더정치’와는 거리가 먼, 진정성 있는 정치지도자를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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