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어린 초선들이 ‘독수리 6남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8-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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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명(김영호 김병욱 박정 소병훈 손혜원 신동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방중은 아무래도 의욕만 앞선 초선들의 치기어린 행보로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당내에서도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야권 공조 대상인 국민의당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그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면 나라에 도움 될 게 하나도 없다”며 “중국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중국방문을 적극 만류했다.

    그런데도 치기어린 초선의원들은 “충분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결국 8일 방중 길에 올랐다.

    하지만 조짐이 좋지 않다. 벌써부터 주중 한국대사 면담이 무산되고 주중 한국 기업인 간담회도 무산되는 등 별다른 소득을 건지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베이징대 좌담회 또한 원론적인 의견만 교환하는 데 그쳐 과연 국론 분열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베이징(北京) 도착 직후 만나기로 했다던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와의 면담이 무산되고 재중 한국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마저 무산되면서 사실상 이번 방중이 첫날부터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베이징대 좌담회 역시 얻은 게 없다.

    어쩌면 9일 예정된 중국 판구연구소 좌담회나 특파원 간담회, 중국 공산당 혁명건설촉진회 리홍린 부장이 주최하는 만찬 또한 축소 또는 취소될지도 모른다.

    방중 의원들은 “충분히 준비했다”고 큰소리 쳤지만,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은 그들의 장담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베이징대 등 중국 측과의 만남은 물론이고 중국 관변 단체 및 학자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국민여론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인터넷 상에선 이들 6인의 ‘신사대주의’를 비판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달 초 사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중국에 허락을 구하러 가느냐”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매국노 짓을 그따위로 해대느냐”, “너희들이 국회의원이 맞느냐”는 험한 말들도 나왔다.

    그런데도 방중 멤버 중 한 사람인 손혜숙 의원은 “베이징대 세미나가 있다는 공지를 보고 단순한 생각으로 신청했다가 졸지에 ‘독수리 6남매’가 됐다”고 되레 자랑스러워했다.

    심지어 손 의원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 10만 청원운동 사이트를 링크해놓고 “수요일 서울 오기 전까지 10만 서명 채워 달라”고 당부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행위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최근 중국 관영 언론들의 공세를 감안하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야당 의원들의 방중’은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당국의 입맛에 따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로인해 국내 여론이 양분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그 책임은 더민주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6일 1면에 이들의 방중을 비중 있게 다루며 “매국행위라며 무고하게 비난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 국민의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미국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손혜원 의원의 발언 등 중국에 유리한 발언들을 전하기도 했다.

    이미 중국 정부가 언론을 통해 이들의 방중을 이용,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치기어린 초선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자리의 무거움을 잘 모르고 가볍게 처신한 대가를 언젠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 가운데는 베이징대 세미나가 있다는 카톡(카카오톡)방 공지를 보고 단순한 생각으로 신청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면피를 할 수는 없다. 양국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을 공개 방문하면서 사적인 행사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사드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는 잘못한 게 많다. 그러나 더민주 초선 의원들의 치기어린 행위로 인해 이제는 박근혜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어렵게 됐다.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나저나 과거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김부겸,김영춘 의원 등의 ‘독수리5형제’를 자신들의 치기어린 행동에 빗대어 ‘독수리 6남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손혜원 의원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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