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이어 반기문도 ‘제3지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6-08-16 12: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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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완승을 거둔 친박(親朴)계가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지만, 정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며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심지어 차기 대선에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로 남아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친박계는 전대 승리 직후부터 반 총장 영입 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이정현 대표는 당선직후 "외부에서도 대선후보를 영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전날 당사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의) 문호를 개방한 다음에는 아주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문호를 닫아놓고 외부에서 데려오면 안 된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겠나"라고 거듭 반 총장 영입의지를 보였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보다 노골적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께서 훌륭하게 국제적인 총장으로서 역할을 마치고 나면 국내 정치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느냐 이 부분을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드러내놓고 국내 정치에 대한 '예습'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한 방송에 출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여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반 총장은 이번 대선에서 친박 후보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 같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이같은 전망에 대해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있다"며 "일부 친박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상당수 언론은 친박 지도부가 들어선 것으로 반 총장 출마 상황이 유리해졌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우리 생각은 그렇지 않다"며 "친박 인사들이 그런 말을 하는 모양인데, 뭘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반 총장이 방한했을 때 '(총선에서 심판받은) 친박세가 두드러진 새누리당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반 총장과 가까운 국내 인사들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지 않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함께할 사람'들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반 총장은 ‘친박’ 일색인 새누리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을 모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야권의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의 행보와 너무나 흡사하다.

    조만간 정계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미애 김상곤 이종걸 등 모든 당권주자들은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손 전 대표를 모셔올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당에선 손 전 대표의 대표 브랜드격인 ‘저녁이 있는 삶’을 꺼내 들었는가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손 전 대표가 들어 올 경우 비대위원장 직을 양보하는 것은 물론 그가 당 대표가 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친문’ 일색인 더민주에 들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물론 ‘호남자민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당으로 들어갈 가능성 역시 그리 높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사태를 거쳐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가기보다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제3지대서 새판짜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당 밖에서 더민주 비노 일부 의원들과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이 함께 하는 야권통합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거기에서 새판짜기를 시도할 것이란 뜻이다.

    이처럼 반기문 유엔총장이나 손학규 전 대표 등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여야 어느 정당에 몸담기 보다는 ‘제3지대’에 남으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패권주의’와 ‘친노패권주의’에 실망한 국민이 반 총장과 손 전 대표를 불러내고 있는 마당에 그들이 그런 정당에 들어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차기 대선은 제3지대에서 ‘친박패권주의’와 ‘친노패권주의’에 맞서는 정치인이 당선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게 반 총장이 될지, 아니면 손 전 대표가 될지는 더 지켜 볼 일이다. 다만 반 총장이 처음엔 적당히 친박과 거리두기를 하다가 나중엔 결국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제3지대’의 무게 중심은 아무래도 손 전 대표에게 쏠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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